정부가 편의점 반투명 시트지 규제를 전면 완화한다. 다음달부터 편의점 시트지를 탈착하는 대신 금연 광고를 부착한다. 편의점 내 담배 광고 문제는 법안 개정을 통해 추후에 해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17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편의점에 부착된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금연 광고물은 점주 부담 없이 편의점 본사 비용으로 제작·부착할 것을 제안했다. 금연 광고 부착 방식은 복지부가 업계와 논의를 거쳐서 결정한다.
앞서 국조실은 지난달 편의점 시트지 부착 문제를 규제 심판 안건으로 상정했다. 규제 심판제도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규제 심판부가 필요성을 판단해 소관 부처에 규제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규제심판부는 지난 3월부터 편의점 단체, 점주협의회, 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이해 관계자를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편광필름 부착, 담배 광고 크기 조절 등 여러 대안이 논의됐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완벽하게 광고 노출을 막기 어려운 만큼 금연 광고를 병행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손동균 국조실 규제총괄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법 개정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편의점 종사자의 안전을 생각해 대안을 만들었다”며 “사회적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 광고는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된다. 지난 1995년도 도입 이후 사문화됐던 법안을 감사원이 지적하면서 복지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담배광고물 외부 노출 사례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모호한 단속 기준과 비용 문제로 인해 대다수 편의점은 지난 2년간 매장 전면에 시트지를 붙이고 영업해왔다.
규제심판부가 편의점 시트지 탈착을 결정한 이유는 근무자 안전 문제 때문이다. 시트지가 매장 내외부 시선을 차단해 안전성을 해친다는 편의점 측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시트지 단속이 시작된 지난 2021년 편의점 내 범죄는 전년 대비 5.4% 늘었다. 지난 2월 ‘인천 편의점 강도 사건’ 등 강력 범죄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을 키웠다. 제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청소년 흡연율은 4.5% 전년 대비 0.1%포인트(P) 증가했다.
다만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규제심판부는 권고사항을 통해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 자제, 소매점 내 담배광고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시트지 규제는 완화됐지만 담배 광고 문제를 둘러싼 편의점·담배제조사·복지부 등의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편의점 업계는 국조실 권고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건준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은 “시민보호·범죄예방 등 편의점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함께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등 점주 단체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의점 본부는 빠른 시일 내에 점포 시트지 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트지 탈착 시점과 금연 광고 시안, 부착 방법 등이 결정되는 대로 개별 가맹점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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