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기업을 꼽는다면 개념조차 생소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해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일 것이다. 모더나는 하버드대 의대 교수 데릭 로시의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직원 대부분이 하버드와 MIT 출신이어서 본사는 보스턴에 있다. 보스턴은 상위 20개 글로벌 제약회사 중 19개 회사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다. 많은 전문가는 MIT·하버드대 등 전문인력, 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활발한 투자, 대학·병원·기업 등의 긴밀한 협력 등을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이다. 연구개발로 도출한 기술이 특허로 권리화 돼 제대로 보호되고 활용될 때 다른 요인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 산업에서는 특허가 아주 중요한데 높은 투자비에 비해 성공확률이 낮아 위험성이 큰 반면, 소수 특허로도 진입장벽이 효과적으로 구축돼 막대한 수익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오 분야 특허는 분쟁 사례도 많고 손해배상규모도 천문학적이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약 20년간 바이오 분야 특허분쟁은 소비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같은 기간 손해배상규모 상위 10건 중 4건이 이 분야였다. 최근 모더나가 경쟁회사인 화이자를 상대로 mRNA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동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기간 보스턴에서 주재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에서도 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 다수가 우수한 기술이라도 특허로 권리화돼 독점적인 권리로 보장돼야만 기업이 사업화 자금을 확보해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스턴 사례를 보면서 오송, 송도 등 지역에 구축돼 있는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 지식재산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클러스터 내 중소벤처기업들은 경영여건상 지식재산권과 사업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허청은 전국에 27개 지식재산센터를 설치하고,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출원비용을 지원하는 등 사업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 가치평가의 공신력을 확보해 중소기업이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평가관리센터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또 이번 대통령 국빈방문 기간에 체결된 특허청 산하기관과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미국 특허변호사들로부터 현지 최신 제도 동향, 출원방법, 특허분쟁 시 대응방법 등 유용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동맹 70주년이 되는 올해 이뤄진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더욱 굳건해진 양국 협력관계가 지식재산 분야로 확대된다면 양국 기업의 상호 시장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방문의 후속 조치로 한·미 특허청은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선진 5개 특허청(IP5) 회의에서 양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때 특허심사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양국 지식재산 협력 또한 한층 발전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실 특허청장 islee426@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