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27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총공세에 나선다. 이를 위해 민간은 향후 5년간 첨단 디스플레이 개발에 6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 특화단지 지정, 규제 해소,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자금 투입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에서 이창양 장관 주재로 개최한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 원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7년까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에 내준 1위를 탈환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16년만인 2020년 중국에 왕좌를 내줬다. 우리 민·관은 기존에 없었던 초격차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무기로 4년 내 한국을 다시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은 △민간투자 전폭 지원 △3대 신시장 창출 △초격차 기술 확보 △단단한 공급망 구축 △산업인력 육성 등을 민·관 이행 핵심과제로 담았다.
지난해 36.9%였던 세계시장 점유율을 2027년까지 5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쟁국과의 기술격차 5년 이상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80% △디스플레이 전문인력 9000명 양성(2032년까지) 등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기업들은 2027년까지 정보기술(IT) 기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설비 증설, 차세대 기술 R&D 등에 65조원을 투자한다. 생산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증착기, 노광기, 파인메탈마스크(FMM) 국산화에 힘을 쏟는다.
정부는 지난 2월, 5개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인 바 있다.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기관은 신규 패널시설 투자, 디스플레이 장비 제작자금 등에 약 9000억원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이와 함께 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지정을 적극 검토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다.
민·관은 향후 10년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할 우수 인력 9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는 8만7000명 규모다. 패널 기업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통해 수요에 맞는 인력을 육성한다. 정부는 특성화대학원 개설, 산학 R&D 등으로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학부 전공 트랙 신설도 추진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혁신전략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한 결과이자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첫걸음”이라면서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전략에서 제시한 핵심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한편 민·관은 이날 ‘무기발광(i-LED)산업 육성 얼라이언스’도 출범시켰다. 산학연 역량을 결집해 OLED를 뛰어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i-LED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하반기 약 9500억원 규모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