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파트 실외기실 개방은 에어컨 효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CV실험실 불을 끄고 초록빛 조명을 연기에 비춰보니 공기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외기실 루버를 전체 열었을때 2m 이상 뻗어나가던 연기는 루버를 얼마나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졌다. 위쪽은 닫고 밑쪽만 열었더니 공기가 실외기실 문 앞을 맴돌고는 다시 실내로 들어가버렸다. 루버 방향을 밑으로 비스듬하게 여니 공기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에어컨을 틀면 40도 이상 올라가는 실외기 바람이 다시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에어컨 성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 의자를 끌거나 할 때 생기는 경량 충격음을 위층에서 매트 없이 계속 가하자, 단 1분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짜증이 났다. 반면 매트를 깔고 나니 집중을 해야 ‘우웅~’거리는 소리 정도로 소음이 확 떨어졌다. 반명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뛸 때 나오는 중량 충격음은 매트를 깔아도 줄어드는 느낌은 있었지만 여전히 묵직한 충격음이 느껴졌다.
세종시 외곽에 자리잡은 HERI는 약 6000평 대지에 대규모 실험시설과 실제 아파트와 같은 실증실험동으로 이뤄졌다. 주택성능품질을 높이기 위해 500여억원을 투입해 만든 국가시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괄 수행해 운영 중이다.
실험동에는 소음·진동, 실내공기, 환기·기밀, 결로, 누수·방수, 외단열, 건축재료 등을 실험하기 위한 장비와 시설이 갖춰졌다. 특히 환기 성능 평가를 위한 맞통풍 시뮬레이터는 세계 최대 시설이다. 아파트 자연환기장치 적용에 따른 맞통풍 효과나 영향인자 해석을 연구한다. 환기시스템 가동에 의해 실내 오염물질 움직임도 연구한다. 주택 관련 규정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도 제시한다. 시간당 0.5회라는 환기량을 정한 규정은 있지만, 이것만으로 환기 성능이나 효율을 따지긴 어렵다. 풍량과 부피만으로 계산하는 만큼 환기시설을 마주하게 둬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도 규정을 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듈러 주택에 가스를 내보내고 구석구석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해 구조에 따른 공기 흐름과 환기 성능을 확인하기도 한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된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실험하고 기준을 제시한다. 매트에 따라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벽을 어떻게 설계해야 소음을 줄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곽병창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벽에 있는 콘센트만으로도 소음이 발생하기도 해 철판으로 보강한 트래프 구조로 콘센트 모듈을 넣어 소음을 줄이는 방법도 찾아냈다”면서 “국가시설인 만큼 민간이나 연구원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층간소음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LH는 최근 층간소음 없는 고품질주택 8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자체 기술개발과 함께 민간과 협력해 현장 적용성이 높은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새롭게 개발하는 등 2025년까지 층간소음 저감설계 1등급을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사장 직속으로 컨트롤타워인 ‘국민주거혁신실’을 신설하고, 층간소음 개선과 주택품질 혁신을 전담할 TF(4개 분과 26개 부서)를 구성해 전사적 실행체계를 마련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