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7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와 만나 자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구축한 반도체 공급망이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주요 글로벌 반도체 대표들과 면담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마이크론, 인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IBM, imec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범정부적으로 (외국 기업이) 일본에 대한 직접 투자를 더 늘리게 하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히로시마현에 D램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등 일본에 최대 5000억엔(약 5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2013년 이후 일본에 투자한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 대비 2배 이상 큰 규모다.
일본 정부로부터 2000억엔(약 1조9000억 원) 보조금을 받아 해당 공장에 첨단 제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의 초미세 선폭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번 마이크론의 일본 투자 결정은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일본의 중장기 전략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파운드리 인프라를 유치하는 등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TSMC에는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2027년까지 2㎚ 반도체 생산을 천명한 자국 기업 랖더스에도 3300억엔(약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300억엔(약 2900억엔) 가량을 투입,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만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삼성도 일본 정부 지원금을 받아 반도체 거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닛케이는 “일본은 한때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50%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현재는 미국, 한국, 대만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일본, 유럽 등은 유력한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풀이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