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선형적이라고 믿는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그 해결책을 실행하는 과정이 순차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형적인 방식은 문제들에 대해 제한적인 효과와 최적의 해결방안만을 제공할 뿐이다. 즉 우리가 말하는 ‘혁신’은 아니다.
혁신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혁신은 공장라인과 같이 막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자의 어원처럼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기고 털을 뽑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다듬고 만드는 고통과 노력을 수반한다. 즉 적응하고 성장하고, 심지어 실패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실패를 받아들이기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방법론이 있다면 어떨까. 실패에서 혁신을 발견하는 핵심 방법론 중 하나인 디자인 싱킹을 통해 3가지 관점에서 어떻게 혁신을 촉진할지 알아보자.
첫 번째, 공감에 대한 가치 인식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용자의 필요와 시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 있다. 다른 사람의 신발 속에서 들어가 100km를 함께 걷는 것처럼 그들의 상황과 여정 속에서 문제를 충분히 경험, 공감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더 잘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당연히 여겨왔던 영역을 벗어나 ‘사용자의 신발 속에서’ 즉, 그들의 맥락을 충분히 공감함으로써 그들의 필요, 경험, 도전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사용자의 세계에 몰입해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하고 재정의한다. 이는 수집된 정보를 인간 중심의 문제로 정제하는 것으로, 발상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실패에 대한 가치 인식이다. 디자인 싱킹은 실패를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학습과 창의적 사고의 풍부한 원천으로 본다.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학습하라’는 디자인 싱킹의 진언에서 살펴볼 수 있듯 디자인 싱킹은 실패를 학습의 발판으로 간주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한계를 인식하도록 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한 동기를 얻도록 한다.
디자인 싱킹의 이러한 관점은 상호 연결된 5단계(공감-문제 정의-아이디어 구상-시제품 제작-테스트) 프로세스 속에서 지속적으로 피드백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적인 마인드 셋을 기르도록 한다. 동시에 실패를 통해 전진하고, 각각의 후퇴에서 나아가 창의적인 해결책 구축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보는 문화다. 디자인 싱킹의 핵심은 문제해결 방식을 다양화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활용하면서 실패를 통해 얻는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포용한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싱킹은 문제해결 과정이 반드시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문제해결 과정은 반복적이며,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실패를 겁내지 않고, 이를 통해 얻는 교훈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권장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디자인 싱킹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패를 진정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이 혁신의 방법론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실패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혁신을 위해 필요한 도구로 실패를 어떻게 활용해 볼지 디자인 싱킹해 보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