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원폭 피해 동포들도 이를 지켜봤다.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을 갖고 번영과 평화를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양 정상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는 위령비를 찾아 일렬로 서서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약 10초간 묵념하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도했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한국인 약 5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명으로 기록돼 있다.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권준오 현 한국원폭피해특위 위원장 등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뒤에 앉아 참배를 지켜봤다.
양 정상은 참배 후 정상회담도 가졌다. 지난 7일 서울에서 가진 정상회담 2주만이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일간에도 경제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이 더욱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령비 참배에 대해선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일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협력 강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개월간 3차례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것에 대해서도 “한일관계의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첫 날,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해 동포를 만나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그리고 독립이 됐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우리 동포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특히 “오랜만에 고국에 와서 내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한번 가까운 시일 내에 보시길 바란다”며 “제가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