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제품의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넉 달 가까이 하락,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년간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을 이끈 배경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기업 실적의 핵심 변수인 폴리실리콘 가격 변동에 따라 기업 간 희비도 갈릴 전망이다.
태양광 제품 가격 정보 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평균 거래가격은 ㎏당 16.39달러로 연중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둘째 주 ㎏당 28.76로 최고치를 찍은 뒤 15주 연속 하락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1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해 7월에는 10년 이내 최고치인 38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지난 1월, 10달러대에 진입하며 급락세를 연출했다. 2월 첫 주에 20달러선을 회복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였지만 둘째 주를 기점으로 하락일로다.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을 이끈 배경효과가 약화된 결과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원자재가 포함된 상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안(UFLPA)’을 시행했다. 중국은 세계 폴리실리콘 제조량의 85%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장에서 나온다.
태양광 최대 시장인 미국의 UFLPA 시행 예고, 시행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지만 최근 효과가 사라졌다. 미국이 연초부터 UFLPA를 근거로 압류한 중국산 태양전지·모듈을 시장에 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을 배제한 채 태양광 발전 목표량을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여기에 코로나19 특수 종료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겹쳤다.
내림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PV인사이트는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 10달러 미만의 ‘업계 공멸’ 수준의 가격 하락이 재연될 공산은 낮다는 분석이 따른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박사는 “현재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추세적인 것으로 그간의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가격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면서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12달러대까지 떨어진 뒤 바닥을 다질 것으로 분석한다. 폴리실리콘 시장이 여전히 공급과잉이지만 수요 또한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기업의 희비도 갈린다.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 강세로 인한 수혜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CI는 지난해, 2012년 이후 최대인 98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대비 55% 늘어난 25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향후 상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내 모듈 제조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분산 차원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화솔루션 등 태양전지·모듈 제조기업은 웨이퍼 구매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한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한 2020년 당시 세계 태양광 설치 용량은 140GW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50GW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장 희비가 갈릴 수 있지만, 기업별로 막대한 태양광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2023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월별 평균 가격(㎏/달러) 자료=PV인사이트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