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정찬민은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뒤 “퍼터를 바꾼 게 신의 한 수 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찬민은 이 대회에서 신들린 듯 한 퍼트실력을 뽐냈다. 3라운드까지 평균퍼트수 1.66을 기록,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이동민, 주흥철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평균 퍼트 수를 기록했고 데뷔 첫 우승을 일궈내는 원동력이됐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 해 평균퍼트수가 1.83에 달했고 직전 대회였던 골프존오픈IN제주에서도 1.77의 평균퍼트 수(대회 최종순위 53위)에 그쳤던 걸 감안하면 큰 변화다.
가공할만한 장타력에 비해 쇼트게임이 아쉬웠던 정찬민이 퍼터 하나 바꿨다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남서울CC 그린 위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최종환 원장은 “대회 직전 월요일에 아카데미를 방문했고 퍼팅을 체크한 뒤 퍼터 교체와 스트로크도 약간 교정했다”면서 “퍼팅 때 임팩트 순간 힘을쓰면서 열리는 현상이 있었다. 기존에 블레이드 형 퍼터를 쓰고 있었는 데 블레이드는 토우쪽 무게가 커서 열리는 경향이 더 커질 수 있어 말렛형 퍼터(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GT 맥스)를 추천하고 에임 성향에 맞춰 넥 스타일까지 변경한 뒤 스트로크 리듬을 교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 원장의 퍼터 스크로크 교정과 퍼터 교체가 정찬민을 한국의 마스터스라 불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으로 이끈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퍼팅에 대한 작은 변화가 정찬민이 필드에서 드라이버 말고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무기였다는 사실이다.
퍼팅은 어렵다. 그냥 서서 짧은 클럽으로 볼을 굴리는 퍼팅이 왜 어려울까. 미세한 동작은 컨트롤이 어렵다. 그만큼 예민해야한고 몸에 익어야 한다. 손감각의 좋고 나쁨은 둘째 문제다.
퍼팅은 재능보다는 노력이다. 400야드 장타는 노력만으로 만들 순 없다. 그러나 보기를 버디로, 파를 버디로 만드는 퍼팅은 노력이 9할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퍼터를 움직이는 리듬이다.
최종환 원장은 “퍼팅은 리듬부터”라고 강조했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이정은6부터 올 시즌 한국 남자프로골프 무대를 뒤흔든 정찬민까지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퍼팅 코치인 그는 “프로 선수들도 자신의 아카데미에서는 매번 리듬연습부터 시작한다”면서 “리듬부터 스피드 조절과 그린리딩까지 3가지 세션을 거친다”고 전했다.
리듬은 퍼트의 핵심인 거리감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 원장은 “퍼트에서 거리감의 중요성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거리감을 키우는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거리감은 최적의 리듬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의 퍼트 리듬의 핵심은 어드레스 뒤 테이크백을 시작할 때와 스트로크로 전환할 때의 일정한 리듬감이다. 테이크백을 할 때, 스트로크로 전환할 때 순간적인 힘의 가감없이 일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듬이다. 스트로크 스피드와는 다른 문제다. 빠르던 느리던 퍼트 동작의 시작인 테이크백부터 스트로크로 전환할 때까지 같은 리듬을 유지하는 게 포인트다.
최종환 원장은 효과적인 레슨에 필요한 용품도 직접 제작해서 쓰고 있는 데 사진처럼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최 원장은 “테이크백 후 스트로크 전환 부분과 피니시 때 퍼터가 멈추는 부분을 표시해두고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걸 연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일 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