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 ‘해피벌룬’ 세부 통계조차 없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지난해 12월 베트남 다낭의 한 펍에서 해피벌룬을 흡입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지난해 12월 베트남 다낭의 한 펍에서 해피벌룬을 흡입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 파티용 환각제로 유행세를 타고 있는 이른바 마약풍선 ‘해피벌룬(아산화질소)’에 대한 제대로 된 세부 통계조차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법무부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해피벌룬 흡입 실태와 관련해 “해피벌룬은 화학물질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물질 중 하나로 위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질별 통계자료는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산화질소는 화학물질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으로 규정한 환각물질이다.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환각물질)을 섭취 또는 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환각물질을 섭취하거나 흡입하려는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판매하거나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에는 △톨루엔, 초산에틸 또는 메틸알코올 △앞서 언급한 물질이 들어 있는 시너, 접착제, 풍선류 또는 도료 △부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이 포함된다. 특히 아산화질소는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소지하거나 섭취·흡입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다낭의 한 펍에서 해피벌룬을 팔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지난해 12월 베트남 다낭의 한 펍에서 해피벌룬을 팔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해피벌룬은 지난 2017년 수원에서 한 남성이 과다흡입으로 사망하면서 국내 판매가 금지됐다. 이후에는 버닝썬 사건 등을 통해 해피벌룬의 실태가 알려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베트남 언론을 통해 10대 소녀가 해피벌룬을 즐기다 척수 손상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도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등 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현지 클럽 등지에서 파는 해피벌룬을 무분별하게 흡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가 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의 해피벌룬 흡입에 대한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피벌룬을 흡입하면 저산소증으로 질식이나 뇌손상, 신경 마비 등이 올 수 있다. 특히 술에 취한 채 들이킬 경우 응급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

조 의원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대응이 필요하다. 환각물질 관리 역시 이와 비슷하다”면서 “마약과 환각물질 등의 범죄가 여러 나라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 공조는 물론 체계적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측은 “관련 통계가 대검에는 없어도 경찰청에는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우리(법무부)가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법무부 측은 전체 환각물질 흡입사범에 대한 자료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