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곧 시작되지만 정부가 초진과 약 배송을 막으면서 플랫폼 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업 종료를 선언하는 기업이 나오는 등 플랫폼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 업체 중 한 곳인 썰즈는 이달 30일 오후 7시를 마지막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한다. 약 배송 사업은 31일 종료한다. 썰즈는 공지사항에서 “정부 지침에 의해 6월부터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 제공이 더이상 불가능해지면서 썰즈 또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썰즈는 2021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누적 이용자 수 30만명을 확보했다. 썰즈는 비대면 진료와 시술 중개 제공하고 탈모 등 남성 전문 영양제를 판매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막히면서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빼고 그 자리에 건강관리 전문 프로그램, 건강 루틴 및 영양제 복용 관리 서비스를 추가했다. 비대면 진료가 빠지면서 이용자가 현재만큼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사업을 지속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용자 급감을 두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전날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원산협은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기업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라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금지시키는 반(反)비대면진료 정책임이 자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경에 있어서 비대면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국민께, 비대면진료를 위해서 다시 대면진료를 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느냐”면서 “일주일이 남지 않은 지금 대통령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 ‘재진환자’ 기준은 복잡하다. ‘동일 의료기관’에 ‘30일 이내’에 ‘동일 질병’이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플랫폼 업계는 재진환자를 구분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가산수가와 관련해선 “오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 수가가 30% 가산이 유력한데 가산수가는 전액 의료인에게 지급되며, 플랫폼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원격진료 수가가 일반 진료보다 높은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재진환자 관련 API를 만들어주면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그게 없는 상태에선 3개월 내 구축은 어렵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 등을 우회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한 달 전 방문이기 때문에 실시간 데이터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방안을 바꾸지 않는 한 비대면 플랫폼 업계는 결국 재진 이용자를 잡는 곳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진 이용자와 재진 의료기관을 어떻게 연결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내느냐가 플랫폼 업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제 초진 이용자는 빠졌으니 재진 수요창출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