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찬성, 각론 반대. 경제 전반의 ESG 촉진이 중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막상 기업이익이란 현실에 맞닥뜨리면 입으론 ‘ESG’를 외쳐도 ESG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실효성 있게 기업 ESG 경영을 유도할 수 있을까.
시장에선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금융수단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기업 ESG 경영 정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등화하거나 주가평가를 차별화하면, 기업으로선 ESG 경영에 최우선적인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고, 자본시장 개방도와 외국인지분율도 높아 ESG 중요성이 크다. 유럽에서 탄소 국경세를 본격화하면 수출에 타격이 클 수 있고 대기업·금융기관도 외국인지분이 많아 문제 삼으면 바로 주가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금융수단 활용만으론 문제 해결이 충분치 않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이는 친환경이 아니면서 친환경인 척 위장하거나 친환경을 과장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동물복지와 친환경’ 달걀 기업으로 유명한 ‘바이털 팜’ 기업이 알고 보니 알을 못 낳는 수탉은 도살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닭 부리를 깎아내는 등 친환경 달걀과는 거리가 먼 이중행태를 보인게 대표적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그린 워싱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전통적 금융보다 핀테크, 즉 디지털금융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이유는 가짜 친환경을 가려내려면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 환경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측정 가능하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금융을 IT·디지털과 연결하는 핀테크에 다름 아니라는 것.
그럼 어떤 수단이 있을까. 우선 소비자들이 물건을 소비할 때, 탄소발자국을 추적하는 ESG 핀테크를 꼽을 수 있다. 구체적으론 ‘Do Black’이란 카드로 결제 때마다 탄소 배출량을 계산카드 스웨덴의 도코노미 (Doconomy), 나무로 만든 프랑스의 GreenGot 카드, 인공지능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프랑스의 그린리(Greenly)와 팅크(Tink)라는 앱 등이 유명하다.
생산자인 기업 자금조달수단으로서의 ESG 핀테크도 있는데, 주로 P2P 활용이 활발하다. 대표업체로는 개인의 기후 관련 투자플랫폼인 영국의 클라이밋 인베스트(Climate Invest)와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P2P업체인 스웨덴의 트리네(Trine)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엔 블록체인을 이용한 ESG 핀테크도 나와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2월 홍콩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된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그린 본드(Green Bond)가 그것. ‘블록체인’ 하면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인 만큼, 그린 워싱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홍콩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는 어떤가. 루트에너지라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가 있지만, 전체적으론 아직 ESG 핀테크 서비스는 미미한 편이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의 코인 사태로 가상자산은 물론 블록체인조차도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이 디지털 금융 즉, 핀테크허브를 적극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ESG 핀테크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정경분리 원칙’과 같은 보다 전향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