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업계 출자자와 운용사가 한 자리에 모여 벤처투자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최근 세계적으로 냉각된 벤처투자 심리에 다시 불을 지피고, 해외 시장으로 투자 확대 물꼬를 틔우기 위해서다. 벤처투자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전망이 감도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 투자기관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서울투자청과 벤처캐피탈협회는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과 서울국제금융오피스에서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GVIS)’을 개최한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출자기관을 초청해 국내 벤처캐피털(VC)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다. 서울시 투자유치 전담기구인 서울투자청과 벤처캐피탈협회 협력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글로벌 출자자(LP)와 운영사(GP) 등 150여개사가 참석했다.
글로벌 투자플랫폼 프레킨의 안젤라 라이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 침체기가 국내 VC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독려했다. 프레킨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벤처투자 시장에서 국내 출자자의 해외 투자 비중은 12%에 불과해 여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라이 애널리스트는 “한국계 LP가 해외 시장 움직임에는 상당히 둔감하다”면서 “세계가 아시아-태평양, 인도 등지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LP 역시도 장기적으로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7년까지 장기 시각에서 벤처투자시장 전망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시장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창업 초기 단계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출자기관은 운용사 평가 및 선정기준을 소개하는데 공을 들였다.
니탄 파탁 유럽투자기금(EIF) 본부장은 “다양한 전략과 시장, 개발자, 새로운 팀 등 시장 촉진 차원에서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 역시 LP가 주요 선정 기준으로 검토하는 요인이라고 토론 참석자 다수가 입을 모았다.
한국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국내 VC와 동반 진출 계획을 소개했다.
이훈 KIC 최고투자책임자는 “향후 해외투자를 진행하는 다양한 한국계 VC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매력과 투자 트렌드를 소개했다.
이날 투자 세미나 이후에는 투자 기회 제공을 위한 해외 LP와 국내 운용사간 일대일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사전에 해외 LP의 한국 투자 계획과 선호도, GP의 해외 진출 전략과 펀드 운용계획을 상호 분석하는 방식으로 미팅이 성사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부터 4년간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 2030펀드를 조성해 미래 신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서울에 꼭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금융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라면서 “세계적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접점을 찾아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