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제공 의료진들이 ‘초진이 재진보다 진료 리스크가 더 높다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초·재진 모두 오진 등 진료 리스크가 있는 만큼 초진을 비대면진료 범위에 포함하고, 변화하는 비대면 환경에 맞게끔 의료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향과 정반대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25일 전자신문이 비대면진료를 제공하는 전문의 12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초진 전면 허용 △단계적 초진 범위 확대 △재진으로 한정할 경우 과거 비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는 재진으로 분류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매일 평균 10~20건의 비대면진료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대면과 비대면 간 진료리스크 차이가 크지 않다고 응답했다. 의사가 비대면 환경을 감안해 진료할 수 있도록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새롭게 출몰하는 감염병, 시간과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싶어하는 환자 요구 등을 감안하면 비대면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지방 외과 전문의는 “경증환자 위주로 비대면진료를 했고 위험성이 있어 보이는 환자는 방문진료를 적극 권고한 것이 지금까지 의료사고가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면서 “환자 스스로도 중환인 경우 비대면을 요청하지 않고 내원한다”고 말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초진, 재진 구분은 안전한 진료를 보장하거나 위험도를 가려서 나온 개념이 아니다”면서 “건전한 의료문화를 위해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행해온 비대면진료에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개선할 점도 다수 짚었다.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시 발급한 처방전을 처리할 약국이 부족하고, 약 배송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전하고 안전한 비대면진료 환경 조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환자가 비대면진료로 처방이 불가능한 약을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불법으로 병원이 아닌 집에서 비대면진료를 제공할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시스템 접근과 진료접수를 차단하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복수로 제기됐다. 진료확인서 요청 대응, 소아 진료 시 더 구체적인 환자정보 기입 등 플랫폼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현 시범사업이 비대면진료를 제한하려는 것인지 도입하려는 시도인지 불분명하다”면서 “비대면진료에 기대하는 효과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전자신문, 12인 인터뷰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