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벤처펀드가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인수합병(M&A) 펀드를 대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창업투자회사라는 법적 명칭도 2024년부터 벤처투자회사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등 시장에 큰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혁신·벤처창업기업 자금 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밝힌 대책이 주로 포함됐다. 우선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한 규제가 대거 풀린다.
벤처펀드가 투자목적회사(SPC)를 자회사로 설립하는게 허용된다. 사모투자(PE) 업계와 같이 별도로 SPC를 설립해 다양한 구조로 투자가 가능해진다.
M&A 목적 벤처펀드의 경우 외부 차입도 허용된다. 정부는 SPC 자기자본의 최대 4배까지 대출을 허용해줄 계획이다. 일반 벤처펀드가 설립한 SPC와 달리 M&A를 원하는 전략적투자자(SI)가 SPC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벤처캐피털(VC) 업계도 SPC를 통해 PE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면서 “M&A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빠르게 SPC를 청산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큰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조건부융자, 이른바 벤처대출도 도입된다. 벤처대출은 향후 신주 배정을 약정하고 금융기관에서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본 조달에 성공한 벤처기업, 특히 시리즈 A~B 단계 벤처기업이 주요 정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지분 희석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채권기관 감시로 인한 내부통제 강화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벤처캐피털(VC)을 일컫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라는 명칭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정에 따라 처음 도입됐던 창투사란 명칭은 개정안 시행과 함께 벤처투자회사로 변경될 예정이다. 벤처캐피탈협회 역시 벤처투자법 하위 법령 개정 작업에 발맞춰 협회 명칭을 벤처투자협회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액셀러레이터 겸업 VC 행위제한 요건을 일원화하고, 개인투자조합에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등 크고 작은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과거 창투사가 VC로서 벤처투자시장을 조성했지만 이제 벤처투자 생태계는 금융권과 산업계 등이 참여할 정도로 외연이 넓어졌다”면서 “다음달 중 협회도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 확대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모펀드 도입을 위한 세부 요건도 정해졌다. 중기부는 민간모펀드 출자금 총액은 1000억원으로 규정하고, 분할 출자 시 최초 출자금을 200억원으로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민간모펀드 관련 개정안은 별도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입법예고했다. 오는 10월 19일부터 민간모펀드 결성이 가능해진다.
중기부 관계자는 “복수의결권부터 민간모펀드, M&A 규제 개선까지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제도 기반이 올해 차차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남은 과제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처펀드 투자목적회사 설립 및 자금 차입조달 절차 (자료=중소벤처기업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5/26/news-p.v1.20230526.849c524ffb9f404881af48e45b8d70ad_P1.png)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