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을 위한 고가 설치시, 도시 미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구조 기술이 개발·공개됐다. 국내 지자체 도입은 물론 해외 수출에도 기대를 모은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한석윤)은 세계 최초로 케이블을 설치하지 않고 최장 200m 경간(기둥과 기둥 사이)을 구현한 ‘신형식 경전철 고가구조물’ 기술을 공개했다. 26일에는 실제 크기로 구현한 고가구조물이 파괴될 때까지 하중을 가하는 성능검증 실험도 공개 진행했다.
개발한 경전철 고가구조물은 하부 기둥이 최장 200m 간격으로 확 트인 개방감을 준다. 상하부 일체형 구조로 기존 강박스형 거더교 대비 20%, 콘크리트 바닥판 대비 80% 경량화해 케이블 없이도 최대 200m 긴 경간을 구현했다.
하부 기둥의 폭은 1.5m 이내로 기존 2.5m 내외보다 훨씬 좁다. 도로 잠식이 중앙분리대 수준에 불과해 교통 혼잡이 극히 적다.
상부는 도시 미관을 고려해 도시조형물 같은 유선형 구조다. 또 캐노피 구조를 채택해 열차운행 중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고, 강설과 강우 등 악천후에도 열차 운행이 안전하다.
공사는 도로 차단을 최소화하고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상부 및 하부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는 모듈 단위로 조립한 후, 단기간 급속 정밀 시공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 라이다 드론 등을 활용해 구조물 형상 및 시공 정보를 고가구조물 건축정보모델(BIM) 설계정보 실시간 비교하며 정밀 시공한다.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한 이번 기술 구현은 26일 실크기중앙 경간부(구조적으로 제일 취약한 부위) 대상 구조안전성 검증실험 완료로 결실을 맺었다.
최대 430톤까지 하중재하실험을 수행했고, 120% 이상의 안전 확보로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날 실험은 부산교통공사, 지에스건설, 동아이엔지, 우성디앤씨, 씨엔에스씨, 한국화이바와 공동으로 명지대 하이브리드 구조실험센터에서 진행됐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부산, 대구 등 지자체, 도시철도건설 및 운영기관, 학회 및 학계, 산업체 등 관계자 200여 명이 함께했다.
신형식 고가구조물은 사업추진에 난항을 거듭하는 국내 경전철사업 활성화와 동남아 등 해외 경전철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경전철은 2011년 부산을 시작으로 김해, 의정부, 용인, 대구, 인천, 서울, 김포 순으로 신규 노선이 확충되고 있다.
다만 3~40m 경간으로 하부 기둥이 촘촘히 세워지고, 그 위에 육중한 상부구조가 놓였다. 도시미관 훼손, 고가를 중심으로 한 도시단절, 도로 잠식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소음 문제가 있었다. 이 탓에 고가구조 대비 건설비가 2배 이상인 지하화 요구도 잇따랐다.
연구책임자인 신정열 책임연구원은 “기존 고가 경전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조속한 국내 신규 노선 실용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석윤 철도연 원장은 “기존 토목기술을 한 단계 도약한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는 명품 K-철도기술”이라며,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지자체 실증사업 등으로 국내 실용화를 추진하고, 동남아 등 해외 경전철 시장에 진출하는 명품 K-철도기술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