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디지털 혁명의 한가운데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서빙 로봇, 메타버스, 생성형 AI 등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기술혁신 소식은, 그간 우리가 겪었던 과거 산업혁명의 놀라움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광범위한 기술혁신이 총망라된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SW)라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하나의 발명품으로 정의되기 어렵고, 모든 산업 영역에서 광범위한 진화의 양상을 갖는 이유는 바로 SW가 주도하는 혁명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SW 혁명이며, 곧 디지털 혁명이다.
대한민국이 SW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과거 산업혁명이 보여준 동전의 양면성이다. 한 면은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발전이고, 다른 한 면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위험이다. 동전의 양면을 모두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였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대량생산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안전사고들이 생겼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감전 사고와 철도로 인한 전염병 확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해킹 위험이 생겼다. 하지만 각 산업 혁명 때마다 적극적이고 포괄적 안전 대책을 통해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지금, SW 혁명 시대 동전의 양면은 어떠한가? 긍정적 앞면을 보면, SW진화로 사람이 하던 일이 SW로 대체 가능해지고 있다. 우리는 손을 놓고 운전할 수 있으며, 사람 대신 로봇이 서빙하고, 챗GPT는 사람의 업무를 급감시켜준다. 이뿐 아니라, SNS와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로 재탄생하며,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
동전의 뒷면에는 SW의 역할이 넓어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보잉 737 Max의 추락, 자율주행차의 보행자 충돌, 오·폐수 유출 오작동, 의료 방사선 장비 오작동, 미사일 오폭 등 SW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미처 고려 못 한 상황이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이 새롭게 창조된 영역에서는 신형 성폭력,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SNS는 마약의 유통 경로 역할을 한다. 간단하게는 카카오톡이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추는 것 같은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SW안전은 이러한 동전의 이면, 즉 SW에 잠재된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해사고,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산업 영역에서 진화하고 있는 SW에 대한 안전 확보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산업 영역별로 SW 시스템에 대한 안전 역량 확보, 기술 표준화 및 보장 체계 등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SW 안전은 세계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또한, SW 안전은 최신 SW 기술을 이용해 과거 불가능했던 사고 예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같은 군집 사고의 예를 들어 보자. SW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지참한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통신사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군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나아가 행사와 관련된 SNS의 정보를 분석하면 더 미리 잠재 위험을 예측할 수도 있다.
이제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선도하며, 동시에 성공적 디지털 혁명의 완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SW 안전 전략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고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국민 안전 분야에 SW 안전 진단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SW진흥 전략을 토대로 혁신적 SW 안전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체계적인 SW 안전 생태계가 모든 산업기반에 구축돼 디지털 대한민국이 견고히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민상윤 소프트웨어와 사회안전협회장 sang@sol-li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