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과감한 대전환을 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 지원 전략을 전면 혁신하고자 한다.”
지난 3월 13일 이주호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글로컬대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역 대학에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가 5월 31일 마감됐다. 글로컬대학위원회와 교육부가 2026년까지 총 3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밝혔기에 내년 이후에도 글로컬대학 낙점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역 대학들은 올해 지정되는 10개 내외 대학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간주하고 5쪽의 혁신보고서에 명운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서남권의 대표 대학인 국립목포대학교는 전라남도 신산업 분야 글로벌 톱 10 대학이 되기 위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글로컬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한 송하철 총장은 마치 올해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취임 첫인사에서부터 ‘글로컬 경쟁력’이라는 단어와 함께 ‘학문 간 벽을 허무는 학사구조 개편(학과 개편)’ ‘세계적인 연구그룹 육성을 통해 지역의 미래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 등의 혁신 공약을 발표했다. 송 총장이 밝힌 각종 혁신 공약의 대부분은 선언 이후 시행되었거나 구체 이행 계획을 마련해 목포대의 글로컬대학 사업 준비에 큰 힘을 보탰다.
목포대는 지난 4월 기존 65개 모집 단위를 37개로 통합·개편하는 혁신적인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 발표 직후 전국의 국립대 관계자들로부터 이러한 개편이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그야말로 ‘국립대 초유의 구조 혁신안’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개편안의 골자는 △수요자 중심의 융합 교육과정(학부제) 강화 △자율전공학부 신설 △글로벌학부 개편,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등이다. 기존 53개 학과, 12개 학부로 운영해온 구조를 2024학년도부터 21개 학과, 16개 학부로 대폭 개편하고, 학부 단위는 융합 교육이 필요한 유사 전공 2~3개의 정원을 통합 모집한다. 학부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1~2학년 동안 학부 내의 다양한 융합 전공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관심 있는 여러 학과를 동시에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이점을 누리며 각자의 적성·진로 등을 충분히 탐색한 뒤 2~3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부 내에선 전공별 정원을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성적에 상관없이 전공 선택권을 100% 보장받는다.
또한 향후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하고, 미국과 호주 등 명문대학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글로벌학부를 개편하는 등 내년도 입시에서 신입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식 학사 과정을 준비했다.
대학 교육 수요자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재직자 및 성인학습자를 위해 평생학습 전문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레저스포츠지도학과 등 6개 학과)을 신설한다. 대학 문턱을 낮추고 평생학습문화를 정착시켜 다변화된 사회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목포대는 이 같은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수 개월간 초·중등교육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자문 그룹과 함께 밑그림을 그렸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올해 2월부터는 개별 학과들과의 협의, 대학 구성원들과 토론 그리고 교육 수요자인 재학생, 고등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민 등 1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학 내외부적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
적극적인 행보는 해외로도 이어졌다. 송 총장은 지난 3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예방하고 목포대와 인도네시아 대학 간 국제협력, 인도네시아에 현지 명문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대학(목포대 운영) 개설, 현지의 훈련센터에서 양성된 우수 용접전문인력을 지역 기업에 취업시키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ITS대학,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및 델라웨어 주립대 등과 글로벌 공동학위,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하기로 협의하는 등 해외 유수의 명문대학과 국제 협력관계를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국가중심 국립대로서 공공성과 책무성에 기반해 국가·지역산업 발전과 지역민과의 동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전남도 주력 제조업인 조선해양산업과 에너지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2012년부터 2곳의 산업단지 캠퍼스를 설치해 현장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이 기술 능력 부족으로 겪는 애로사항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등 밀착지원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산학융합지구에는 20여개 특화센터, 산업혁신기관과 60여개 기업체가 집적해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학·연·관 클러스터 구축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목포대는 이에 안주하지 않는다. 액화천연가스(LNG)·수소산업의 핵심부품 소재기업 유치,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및 청년복합커뮤티니센터 구축 등 산학융합지구를 신성장산업을 리딩하고 청년이 지역에 돌아올 수 있는 글로벌 사이언스 파크로 도약시키기 위한 계획을 구상 중이다.
이에 더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술력과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연구 인프라로 인정받고 있는 해양케이블시험연구센터, LNG단열시스템시험연구센터 등의 연구센터와 함께 지역의 미래 산업을 선도할 10개의 글로벌 리딩 연구그룹을 육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최근 개설한 지역산업연구소와 기존의 특화된 캠퍼스 5곳을 전문인력양성, 창업보육,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역의 주요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송 총장은 목포대와 대학촌을 ‘서울보다 나은 청년문화도시(YOUNG City)’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역 청년을 지역에 정착시키는 가장 중요한 정주여건이라고 판단하고, ‘꿀잼대학’ ‘청년 문화예술 대학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도시재생사업, 대학 인근 상권 활성화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대학 내에 각종 문화시설(버스킹 공연장, 영화관 등 신축)과 체육시설(풋살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등 리모델링)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학기 내내 잼(JAM)프린지(재미Joy, 참여 활동 Activity, 감동 Moving과 에딘버러축제 ‘프린지’의 합성어)의 공연 등을 통해 목포대를 대학과 지역민이 사랑하는 문화·체육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무안=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