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K-팝, K-드라마, K-영화, K-게임, K-화장품에 이어 급기야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K-로켓까지 확장됐다. BTS나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위상에 비하면 K-로켓은 막 걸음마를 뗐다. 그래도 소위 맨 땅에 헤딩을 해 여기까지 온 것도 위대하다.
한국의 소프트웨어(SW) 기업은 어떤가. 글로벌 리더가 될 자질을 갖췄나. 적어도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한가. 세계를 상대할 규모를 갖추려면 매출은 적어도 1조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SW 기업 매출은 1000억~2000억원 수준이다. 게임사나 SI업체 또는 하드웨어 관련 매출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나마도 해외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내수 시장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국내 SW 기업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요하고,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밑바탕돼야 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와 연계한 SaaS 개발이 필수다. 애저, AWS,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에 올라타야 한다. 어린 아이가 어른 무등을 타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대성공은 넷플릭스없이 불가능했다. 글로벌 CSP 플랫폼 위에서 개발부터 유통 그리고 서비스와 운영까지 연계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때로는 글로벌 CSP와 개발 단계부터 전략 지원책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 거대한 인공지능(AI) 메가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다. AI 혁명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쫓아 가는 것조차 버겁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충격 패배한 것이 7년 전 일이다. 그 사이 AI 세상은 훨씬 더 깊고 광범위하게 우리 삶을 파고 들었다. 모든 SW는 어떤 형태로든 AI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 자명하다. 실시간 진화하는 AI의 초거대 능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SaaS가 필수다.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 예로 국내 어느 AI 기반 챗봇 스타트업이 챗GPT 발표 이후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대부분 AI 기능을 자체 개발하기 보다 챗GPT 기반을 택했다. 대신 챗GPT가 들여다 볼 수 없는 기업 내부 데이터와 그 산업에 특화된 전문 지식에 잘 훈련된 AI 챗봇을 챗GPT와 결합했다. 현명한 사업 모델 전환이었고, 성공 예감이다.
셋째, SaaS는 구독형이고, 불법 사용이 원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불법 SW 사용률은 30%대다. 정부조차도 전체 100만명 내외 공무원 가운데 약 50% 미만만 사용료를 낸다. 예산 때문이다. SaaS는 구독자별로 누구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제 값 내고 SW를 쓰는 문화로 바꿀 촉매제다. 그래야 SW 산업이 성장하고 선순환 기반이 조성된다. 얼마 전 한 유명 해외 SW 벤더 지사장이 본사로부터 한국 내 불법 사용자 약 5만명이 감지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연간 250만원 사용료를 기준으로 매년 1250억원 어치 불법 사용이 이뤄지는 것이다.
SaaS를 기반으로 한 SW는 많아져야 한다. 스타트업도 늘어야 한다. 20대 창업자가 회사를 글로벌 SW 기업에 매각하고, 수천억원을 손에 쥐는 벼락 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상장해서 기업 가치가 조 단위를 넘기는 기업도 여럿 나오기를 바란다. 그러면 10년 후 즈음에는 K-소프트웨어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K-소프트웨어 산업은 SaaS에 달렸다.
에쓰핀테크놀로지 대표 stevie.lee@spintech.co.kr 이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