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한국, MSCI선진국 지위에 다다랐지만 역효과 있을 수도”

블룸버그는 한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무르다 보니 경제 규모에 비해 증시가 과소 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무르다 보니 경제 규모에 비해 증시가 과소 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31일(현지시간) ‘한국이 주식시장 운세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위에 걸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홍콩보다 더 많은 글로벌 대기업 본거지였으며 일본이나 스페인보다 더 높은 구매력을 달성했고 3년 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이탈리아를 추월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MSCI에서 신흥시장으로 분류해 투자잠재력을 손상시키고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1992년부터 MSCI 신흥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2008년 MSCI 선진국 승격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외국인 요구 조건을 불충족해 2014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작년에도 관찰대상국 등재에 실패했다.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지난해부터 공매도 확대 계획 외에도 배당금 지급 투명성 제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간소화,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 등 시장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MSCI 선진국에 편입되려는 이유는 MSCI지수를 추종하는 자본 시장 규모 때문이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주식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MSCI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2조4900억 달러(4615조 원)으로 MSCI 신흥지수를 추종하는 펀드(1조 8100억달러)의 약 두 배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면 비중이 줄어들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창환 인베스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MSCI 지수에 기여하는 종목은 더 줄어들어 더 큰 연못에서 작은 물고기가 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MSCI 신흥국 지수에서는 한국이 12% 비중을 차지하지만, MSCI 선진국 지수에서는 비중이 1~2%로 줄어든다.

이스라엘은 2010년 중동 최초로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 후 2년간 증시 거래량과 전체 시가총액이 40%가량 폭락했다. 그리스도 2001년 MSCI 선진 지수 편입 후 2년 동안 증시가 약 45% 떨어졌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MSCI 선진 지수 편입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재벌 기업의 지배 구조 개편이 이뤄져 기업은 주주 친화적 조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덧붙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고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이 축소돼 새로운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