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AIT(옛 종합기술원)가 차세대 소재로 시스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SAIT 연구진은 반도체 트랜지스터 게이트 절연막을 강유전 물질로 대체, 소비 전력을 크게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 전하를 이동시키면서 작동한다. 이 전하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절연막이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하면서 절연막도 점점 얇아졌다. 이 때문에 전하가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누설 전류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누설 전류는 반도체 전력 효율을 떨어트리는 대표 요인이다.
최근 고유전율 물질(High-K)로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고유전 물질은 기존 저유전 물질 대비 트랜지스터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압이 낮아 소비 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
SAIT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강유전체 물질로 트랜지스터 절연막 소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강유전체는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에 쓰는 방안이 연구돼 왔는데, 이를 시스템 반도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강유전 물질 특성상 전하를 축적하는 능력이 고유전율 물질보다 뛰어나고 누설 전류 없이 트랜지스터가 작동하는 전압을 줄일 수 있어 저전력 시스템 반도체 구현이 가능하다.
SAIT는 해당 기술로 차세대 고효율·저전력 구조인 NCFET(음의 전기용량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상용화 가능성도 세계 최초로 검증했다. 1000조번 이상 테스트를 통해 안정적 동작을 확인, 세계 최고 수준의 신뢰성을 증명했다.고유전 물질을 사용한 반도체 대비 소비 전력을 최대 33%까지 낮출 수 있었다.
조상현 삼성전자 SAIT 연구원은 “강유전 물질로 차세대 저전력·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소자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에 지난달 게재됐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