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태업에 대항수단 없는 中企 87.5%”…중기중앙회,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개최

(왼쪽 여섯 번째)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왼쪽 여섯 번째)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이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을 거절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태업이나 꾀병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태업에 마땅한 대항수단이 없는 현장 애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 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비전문 외국인력(E-9 근로자)을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 활용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하는 사업장 변경 제도에 관해 기업인과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외국인력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현 정부가 외국인력 정책 중 도입 인력을 늘린 것은 만족스럽지만,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이 보다 속도감 있게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활용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외국인력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 중 68.0%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한 외국인근로자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8.2%가 입국 6개월 이내에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계약해지를 거절한 중소기업의 85.4%는 태업, 꾀병, 무단결근 등 계약해지를 위한 외국인근로자의 추가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 연구위원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귀책이 아닌 경우 초기 일정 기간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방안,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 발생 시 조정기구의 마련,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김용진 서강대 교수 진행으로 김동현 한국기전금속 대표, 이동수 동진테크 대표, 최원충 성원A.C.공업 대표, 김영생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태희 대구한의대 교수, 이재인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서기관 등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공작기계, 선박 부품 등을 생산하는 김동현 한국기전금속 대표는 “뿌리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업무가 쉬운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태업으로 일관하는 실정”이라며 “E-9 비자를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이직하더라도 동일 업종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활용에 따른 제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는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라며 “고용허가제 시행 취지에 따라 사업장 귀책이 없는 경우 계약기간 동안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 행위 시 본국으로 출국 조치하는 제도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