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직 혁신작업 일환으로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에 방점을 둔 회장·사무국 중심 운영의 과거 역할과 관행을 반성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전경련 혁신 이유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중에게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는 전경련이 가장 끊어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그래서 일까. 김 회장직무대행 역시 기관명 변경 계획을 밝히면서 ‘정치·행정 권력의 부당한 압력 단호히 배격’이라는 가치를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지금의 전경련 설립 당시 초기 명칭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장경제를 확산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새 이름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정치권 입김과 정부 압박에도 꿈쩍 않고 국가 산업적 측면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분명 경제인 단체로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 길이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와 행정으로부터 독립을 외쳤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도 그 영향력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직 대중 역시 전경련과 정치와의 관계를 먼저 떠올린다.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정치도 경제도 결국 더 많은 욕심으로 서로를 이용해왔던 것뿐이다.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을 바꾼 이후 행보는 아마 위상 회복과 이를 위한 4대 그룹 재가입 추진일 것이다. 이는 전경련의 숙원이고 혁신 작업의 최종 목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선 정치적 상황판단, 흔히들 말하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많은 행사에서 ‘패싱’ 당해 온 전경련이 혁신과 4대 그룹 복귀 등을 언급할 수 있는 것도 정권교체와 함께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에선 전경련 혁신과 4대 그룹 복귀의 가장 큰 변수로 내년 총선을 꼽고 있다. 누가 정해주진 않았지만 ‘국민의힘=친전경련’ ‘더불어민주당=반전경련’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총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9년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전경련과 간담회를 진행, 지지층과 시민단체로부터 비난받고 지도부가 해명에 나섰던 것을 돌이켜보면 근거 없는 관측은 아니다.
전경련이 시련기를 보낸 6년 전과 비교할 때 작금의 K정치 상황도 좋아지지 않았다 팬덤정치가 판을 치고 협치는 실종했다. 극단의 대립만 남아있다. 전경련 혁신 작업과 4대 그룹 복귀는 분명 정치적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더욱이 하반기부터 정치권은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들어간다. 대립과 다툼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전경련은 정치권의 수많은 요청과 비판을 동시에 각오해야 한다.
전경련도 4대 그룹도 더 이상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기 바란다. 내년 총선에서 어디가 승리하건 혁신과 위상회복을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길 바란다. 여론 눈치를 살피며 혁신의 수위를 조절한다면 정치와의 고리는 절대 끊을 수 없다.
여론이 원하는 바를 향하는 것은 정치이다. 경영은 맞는다고 생각하는 바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