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차량용 열 관리 부품사 한온시스템 노동조합이 석 달째 파업을 이어가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는 노사 갈등 장기화에 불똥이 튀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온시스템 노조 집행부는 지난 2일 조합원들에게 “출근 시간에 따라 정상 출근해 8시간 근무하되, 직접 생산 공정은 기존대로 90% 태업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어 “5일부터는 별도 지침이 있기 전까지 직접 생산 공정은 90% 태업, 간접 생산 공정과 사무직 조합원은 전면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사실상 기한을 정해놓지 않은 무기한 파업 지침을 밝힌 셈이다. 태업은 표면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집단적으로 작업능률을 저하시켜 사측에 손해를 입히는 쟁의행위를 말한다.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된 조합원들이 태업을 계속하면서 생산 물량은 파업 전보다 90%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갈등은 노조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요구에서 촉발됐다.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계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한온시스템 역시 경영 실적이 꾸준히 개선됐다. 그럼에도 사무직 임금이 수년째 동결되는 등 동종 업계 대비 적절한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인력 이탈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한온시스템이 공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340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늘었고,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97.7%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2211명이며 평균 근속 연수는 18.56년, 평균 연봉은 9477만원이다. 근속 연수가 길어 연봉이 높은 편이나, 10년차 이하 직원들의 실제 연봉은 비슷한 매출 규모 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노사는 계속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찾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 장기화에 완성차 업계는 우려감을 나타낸다. 지금까진 한온시스템이 쌓아둔 재고로 대응했으나, 생산 공정 태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 매출 비중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비중은 5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은 지지부진한 한온시스템 매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은 2021년 6월 매각 작업에 착수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작년 말 기준 회사 지분 50.5%를 보유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