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플랫폼이 순항 중이다. 카카오뱅크 등 선두업체들은 3일 연속 한도를 조기 소진하는 등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플랫폼 출범 3일만에 누적 1500억원 이상 규모 대출이 이동하며 금리 인하 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카카오뱅크 3일 연속 대환대출 한도 소진…접근성·저금리 앞세워 ‘돌풍’
대환대출플랫폼 출범 초기 고객 접근 인프라와 낮은 금리를 갖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선전하는 분위기다.
각 은행사에서만 제공하는 유리한 대환대출 상품에 접근하려면 개별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기존 이미 설치건수가 많은 인터넷은행이나 주거래은행 앱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은행 개별 앱 중 가장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기준 이미 이용자 2000만명을 넘어섰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준으로 따지면 시중은행 대비 2~3배 가량 더 높다.
인터넷은행들은 자사 계열사를 포함해 ‘네카토(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빅테크 플랫폼에 상품을 입점시키지 않고 자체 앱에서만 대환이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달 31일 대환대출 인프라 출범 당일부터 3일 연속으로 대환대출 상품 하루 한도를 오전에 조기 마감했다. 경쟁사 대비 낮은 금리 상품을 내놓은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몰렸다.
카카오뱅크 대환대출 상품은 최저금리 연 4.5%,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설정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가 각각 최저금리를 연 5.91%, 연 5.37%로 내놓은 것과 비교할 때 최대 1.4%포인트 경쟁력 있는 금리다.
각 은행들은 대환대출 상품 한도로 최대 4000억원까지 취급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하루 한도로 지정한 대환대출 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신용자 대출 증가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한도를 낮게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카카오뱅크 측은 전체 대출액을 고려할 때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은 지난달 말 기 25.7% 수준인데, 연말까지 이를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잔액은 3조4774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안정적 관리를 위해 접수 건수를 유동적으로 운영중”이라며 “비대면 편의성, 간편한 대환 프로세스 등으로 인해 고객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대환대출 시스템 오류 상당 부분 해결…첫 날 대비 이동건수·잔액 더욱 늘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환대출 플랫폼 인프라 출범 이후 3일 동안 누적 5679건, 1541억원어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했다. 두번째 날인 1일 대환대출 건수는 2068건, 규모는 58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첫날 대비 건수는 13%, 금액은 23% 증가한 수치다. 첫날 발생한 시스템 오류 문제가 부분적으로 점진 해결됨에 따라 연결 안정성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대환대출 서비스를 출범 초기에 이용했던 고객 상당수는 기존보다 높은 금리가 추천되거나 갈아탈 상품이 없다는 메시지를 접했다. 이는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이전 각 금융사와 신용평가사(CB)가 일부 조회물량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또 빅테크 업체 대환대출플랫폼을 이용한 경우, 실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 전부 표시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다. 각 금융사 앱을 개별 설치해야 금리와 한도가 유리한 상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시중은행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입점시킨 상품 구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플랫폼 입점 상품이 차후 늘어날 경우 이용자들의 선택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다양한 경로 대출 이동을 통해 금리가 인하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간편하게 유리한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대환대출 플랫폼 이용을 통해 금리를 10%포인트 이상 낮춘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저축은행에서 14.8% 금리로 4800만원을 빌렸던 한 고객은 은행으로 대환대출에 성공하면서 이자를 6.5%로 크게 낮췄다. 카드론 300만원을 18.5% 금리로 빌렸던 고객도 은행으로 대환을 통해 8.72% 대출 상품으로 갈아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직접 금리를 조회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 간 대출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인하 경쟁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