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추진하는 QR 공동규격 ‘EMV QR’이 도입 전 암초를 만났다. 결제단말기 제조사들이 최근 신규 단말기 교체와 애플페이 등 인증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EMV QR 인증을 후순위로 배치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결제단말기 제조사들이 신규 단말기 교체와 애플페이 인증 등 업무가 크게 늘면서 작업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단말기 제조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자체 인증과 더불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애플페이 인증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과거 집적회로(IC) 단말기 전환 사업 때 투입됐던 결제단말기도 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EMV 인증 작업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C 단말기 전환 사업은 정부가 카드복제·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추진한 정책으로 2015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미 단말기를 구입·사용 중인 기존 가맹점에 대해선 교체부담 완화를 위해 3년간 유예해 실제 2018년 7월 교체가 이뤄졌다.
문제는 당시 투입된 IC 단말기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일반 가맹점 단말기 교체는 5년 이상이 일반적이지만, 대형 가맹점은 통상 3~5년 주기로 단말기를 교체한다. 새로운 단말기에는 단말기 제조사가 수천만원을 들여 EMV 인증을 받아야 한다. 최근 애플페이 등 인증까지 겹치면서 제조사들이 ‘인증 대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카드업계가 EMV QR를 추가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최근 8개 카드사와 3개 밴사, 카카오페이 등은 모바일 QR 공통규격 EMV QR을 선택, 올해 6월까지 규격 결정과 각 사 전산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7월 해당 규격을 적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제조사는 EMV QR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인증이 필요하다.
밴업계에서는 EMV QR 인증이 하반기 도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한다. 사업에 참여한 밴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에서 제작된 결제단말기를 받아 쓰는 구조다. 현재 제조사들은 애플페이 인증 등과 EMV 인증 작업을 진행 중으로, EMV QR은 현재 후순위에 배치했다.
밴사 관계자는 “QR결제가 네이버, 카카오 등 여러 플랫폼사가서비스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이라면서 “당장 소비자 니즈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 제조사에 요청할 때도 EMV나 애플페이 인증을 우선시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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