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도화면 봉산로 소재 농업회사법인 담우(대표 모윤숙)는 2018년 지역민과 상생을 도모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다. 모윤숙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고흥에서 재배한 나물을 가공해 브랜드로 만들고 이를 통해 고흥 나물이 얼마나 건강하고 맛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고흥은 사계절 모두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햇살을 더 많이 받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은 농산물이 더욱 알차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물도 더 맛있고 더 건강하게 자란다. 실제로 고흥의 250여 농가에서 재배된 몇 몇 나물은 전국 유통량의 40%를 차지할 만큼 고흥 농가의 주요한 소득원이다. 하지만 나물을 싸게 구입해 대도시 시장으로 판매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며 수십 배의 이익을 내는 중간 도매상에 비해 생산 농가의 현실은 곤궁했다. 나물은 볶거나 무쳐서 반찬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 이외 활용 방안이 많지 않았다. 간단한 음식을 좋아하는 현대인이 직접 사서 요리해서 먹기는 힘든 식재료인 셈이었다.
담우는 나물을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하면 생산농가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인의 입맛에도 맞고 영양은 파괴되지 않으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나물을 가공했다. 그중 하나가 나물 피클 장아찌이다. 염도는 낮추고 피클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장아찌로 나물 본연의 아삭함과 맛을 살리고 현대인이 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취나물을 원물로 2차가공 식품을 개발했는데 첫 번째 제품이 봄의 여린 새순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장아찌였다. 2021년에는 식사 대용으로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나물 쉐이크도 출시했다.
담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요리를 통해 다양한 음식에 접목할 수 있는 건나물 제품도 생산했다. 유통과 보관이 어려운 생나물보다 건나물은 유통기한이 길고 물에 불려서 사용한다면 다양한 레시피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때마침 고흥산 취나물은 항산화·항고혈압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호평을 받았다.
전국의 직거래 장터, 박람회, 플리마켓 등을 다니며 고흥 나물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8평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사업은 1년 만에 홈쇼핑 론칭을 하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아마존 채널과 미국내 로스앤젤레스(LA) 울타리몰에 인기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가에서 계약 재배한 무농약 인증 나물을 공급받아 엄마의 손길로 담아 팔고 있다. 나물 가격 안정화로 지역 농가의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담우는 지난해 전남도 농식품 제조·가공 시설지원 공모사업과 전남테크노파크 스마트 팩토리 지원사업에 선정돼 가공공장 신축과 6종의 시설 장비 등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국내 유통 및 해외시장 유통채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통해 사랑과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 청년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멘토로서 청년 기업의 빠른 정착을 돕고 지역사회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귀농, 귀촌자에게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농업기술원과 ‘고부가 가치 나물 제품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모윤숙 대표는 “앞으로도 취나물을 활용한 취나물 잡채, 취나물 스프 등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전남 나물 산업의 활성화와 수출을 통해 전남 나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고흥=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