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을 기반으로 한 무인전(戰), 로봇의 대리전은 공상과학이 아니다. 국방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만큼 전술화 노력, 국제 협력 등 포괄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군사학회와 합동군사대학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국방 학술 세미나(2023 국제 안보환경 평가와 우리의 대응)에 참가한 국방 전문가들은 우주력이 국방의 핵심 자산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2부 세션(전쟁과 우주)의 주제 발표에 나선 김홍철 공군 장군(전 합동군사대 총장)은 “감시와 정찰, 핵무기 개발과 무력화 등에 과학기술이 도입됐고 우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다”면서 “우주와 사이버 공간, 사람의 인식, 전자 등 다영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장군은 “우크라이나가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스타링크 등 우주력과 기술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러우 전쟁을 통해 동맹의 자산 통합, 민군의 협력, 국제 사회 공조가 전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상황을 보면 우주력 기반의 무인체계, 로봇등이 전쟁을 문턱을 낮추고 대리전, 장기전이 벌어지는 비극적 모습도 연출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도 이에 대한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무인체계, 우주력 도전 등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휘통제체계를 무인자산체계, 위성기술 등과 연계하고 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활용성을 재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슈아 맥컬리언 주한 미 우주군 부대장은 “최근 중국, 러시아가 반위성 무기체계 실험을 완료했다”면서 “우주 자산 보호 전략의 필요성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동맹의 국제적 이익과 군사력을 위해 방어조치를 강구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맥컬리언 부대장은 “미국은 우방, 동맹국간 연대와 기타 협력 체계를 통해 방어 능력을 확보해 세계 안보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민간, 상용, 군사 부문에서 포괄적 협력이 필요한데 한미간 우주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우주 협력의 수준, 형태와 관련해선 “현재 시작단계로 이에 적합한 정보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미가 기본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필리핀, 호주 등이 참여하는 다자협력체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최근 신 냉전체제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한국은 국방력 강화에 힘쓸 수 밖에 없다”면서 “이와 관련해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 필요성을 특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AI·과학기술강군이 국방부의 모토”라면서 “AI를 국방분야에 도입하고 군사분야 혁신을 이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우주 관련 논의 또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앞선 1부 행사에선 ‘국제적 안보환경 평가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미국, 중국, 대만, 러시아, 일본의 국가안보전략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분석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한미동맹은 글로벌 동맹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한”이라면서 “최근 NCG 가동을 합의했고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양국의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최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결의안 위반”이라면서 “국제 사회는 북한의 행동에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나아갈 유일한 길은 외교 협상 뿐”이라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언제든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제 국방 학술 세미나는 31회째로 국방부, 국인공제회가 후원하고 한미 연합사령부가 참여했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평화는 힘의 균형에 의해 이뤄지지만 북핵으로 인해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국방 분야 인재가 폭넓은 시각을 견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호영 한국군사학회장은 “매년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한반도, 동북아 안보 정세를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면서 “군을 이끌어 갈 다음 세대 리더가 국제 정세와 과학기술 중요성을 파악하는 자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