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SEC가 바이낸스와 자오 CEO의 증권관련 법률 위반을 이유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SEC는 소장에서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이용해 이득을 얻었지만, 고객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을 비밀리에 별도 가상화폐 관련 업체에 송금한 뒤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가상화폐 거래량이 실제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부풀리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가 고객 자금을 송금한 업체는 ‘메리트 피크’와 스위스에 등록된 ‘시그마 체인 AG’다. SEC는 두 업체가 바이낸스와 별도의 법인이지만, 모두 자오 CEO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미국인 가상화폐 투자자의 해외 거래소 직접 투자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일부 큰손 투자자들에게 당국의 감시를 피해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SEC는 바이낸스와 자오 CEO에 대해 모두 13개의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치밀한 기망 행위를 저질렀고, 고객의 이익과 상충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바이낸스와 자오 CEO가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미리 계획했다”며 고의성을 부각했다.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지난 3월에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파생상품 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제소되는 등 미국 감독기관의 표적이 된 상태다. 미국 국세청(IRS)은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SEC 제소 소식이 알려진 뒤 바이낸스코인(BNB)는 7% 이상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낸스에 맡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회사 직원 모두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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