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30년, 이재용 회장 ‘뉴 삼성’에 이목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

7일 삼성이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불리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30주년을 맞는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 삼성’ 관련 비전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저하 상황에서 지난달 22일의 미국 최장기 출장을 다녀온 만큼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대한 주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30주년 관련 별도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20~22일 DX 부문에서 전략회의를 하는 등 이달 하순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이지만, 이번 회의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며, 위기 돌파를 위한 신전략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2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난 만큼, 전략회의서 후속 지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만난 곳들은 △존슨앤존슨 △BMS △바이오젠 △오가논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을 위해 직접 발로 뛴 곳들로,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그동안 이 회장이 점찍고 있던 미래 성장사업들과 맞닿아 있다. 삼성 측은 이번 전략회의에서 신경영 30주년 관련 이 회장의 별도 메시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첨단 분야 글로벌 리더들과의 구체적인 협력 주문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은 이 회장의 미국 출장 관련 ‘ICT 시장 불황 속 미래 성장사업을 새 주력 먹거리로 길러내기 위한 돌파구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자체적으로는 실적 부진에도 대대적인 R&D와 시설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R&D와 시설투자를 줄이면 실적은 쉽게 올릴 수 있지만 이는 협력 업체는 물론 국가 산업 전체의 발전 속도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는 문제”라며 “선도기업 입장에선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차세대 경영자 양성 과정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차드 스미스 핑커턴 재단 CEO 특강을 실시했다. ‘도전적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이번 특강은 임원들이 경영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취지였다.

삼성은 특강에 대해 이 회장이 강조하는 ‘변화에 유연한 조직 만들기’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후 공항에서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