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의 전차를 파괴했다며 공개한 영상 속 장비가 사실은 농업용 트랙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선 후 3일간 러시아는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전차 52대와 장갑차 207대를 파괴했으며, 병사 3715명을 전투 불능에 빠트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 러시아군의 피해는 전차 15대, 장갑차 9대, 병사 281명 사상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러시아 국방부 홍보실이 이와 함께 공개한 영상이다. 홍보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KA-52 공격헬기로 독일제 전차인 우크라이나군의 레오파르트2를 파괴했다. 영상에는 들판에 있는 검은 장비를 조준해 미사일로 터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농업용 트랙터를 전차로 착각해 파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상을 보면 파괴된 장비 하부에는 전차용 무한궤도 대신 바퀴가 달려있다. 또한 상부에 툭 튀어나온 부분도 레오파르트2 전차의 포신이라기엔 짧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조차 러시아의 성과 자랑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파괴된 장비가 농약을 살포하는 미국제 ‘존 디어’ 트랙터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영상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가 지원되기 전인 지난해 촬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복적으로 전과를 과장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을 국경 너머로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 작전이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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