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비씨)가 현대카드에 이어 애플페이를 도입한다.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큰 그림은 3대 금융지주가 함께 그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하면서 새로운 지급결제를 바라는 미래 잠재 고객 ‘MZ세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바탕에 깔렸다.
3대 금융지주는 카드 계열사를 전진 배치해 애플페이를 통한 체크카드 시장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에 따른 전방위적인 마케팅과 외연 확대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애플페이 교통카드가 서비스되는 9~10월로 잡았다.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가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대중교통까지 이용한다면 시너지가 배가될 것이라는 전략이다. 실제 삼성페이의 국내 성장도 대중교통 이용이 기폭제가 됐다.
금융지주는 MZ세대 기반 확대가 소극적이던 체크카드 시장 외연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과거 체크카드 시장은 은행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빅테크 금융업 진출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 체크카드 발급 수는 6123만 3000장이다. 지난해 4분기 6127만장보다 무려 4만장이 줄어든 규모다. 전체 체크카드 발급 추이도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전체 체크카드 발급은 1억440만2000장으로 전분기 대비 68만8000장이 줄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06만장으로 격차는 더 크다.
체크카드 시장과 다르게 빅테크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갈수록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020년 4492억원에서 지난해 7326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사의 자체 플랫폼 고도화 등 분투로 전체 이용액 가운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 비중은 2021년 49.7%에서 지난해 47.9%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0%에 육박한다.
애플페이의 파급력은 금융지주가 군침을 흘릴 수 없는 성과를 내놨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한 달 만에에 신용카드는 23만7000장, 체크카드는 11만8000장 총 35만5000장을 발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8000장 대비 무려 157% 증가한 규모다. 특히 신규회원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하는 등 실제 효과가 컸다.
금융지주는 애플페이가 당장 성과는 물론 미래 고객 확보 등 상당한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선택의 이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0대 이하에서 아이폰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8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 52%가 아이폰을 사용했다. 갤럭시 사용 비율은 44%로 10%포인트(P) 가까이 격차가 났다. 30대는 갤럭시가 53%로 아이폰보다 높았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또한 향후 구입 의향 브랜드에서도 20대 53%가 애플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금융사 입장에서 아이폰을 선호하는 MZ세대, 알파세대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출해야 하는 시장으로, 시기를 놓친다면 빅테크와의 지급결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체크카드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금융지주가 애플페이 동맹을 맺으면서 국내 비접촉결제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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