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prop-tech)는 정보기술(IT)·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처음엔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부동산 정보 제공, 부동산거래 중개 역할만 하다가 IT·디지털기술 발달과 함께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조달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날로그의 최고봉, 로테크(low-tech) 산업이라 해 기술과는 인연이 없다던 부동산업계에 어떻게 프롭테크(디지털 부동산)가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기술혁신의 승리라는 게 전문가 평가다. 3D프린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공간기술에다 인공지능(AI)기술도 가세하면서 부동산 수요자·공급자 요구를 아날로그보다 더 잘 맞춰줄 수 있게 됐다. 부동산 디지털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프롭테크 투자액은 2012년 약 6억 달러에서 2021년 240억 달러로 10년간 무려 40배 급성장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지난 해 초부터 미국발 금리 인상이 세계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면서 프롭테크업계도 국내외 할 것 없이 기업 가치가 절반 이하로 폭락하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 유니콘으로 등극했던 미국 프로젝트 개발업체 ‘카테라’ 도산과 최대 중개 및 임대업체 질로우의 ‘iBuying’사업 철수는 미래의 성장 스토리보다 현재의 수익 창출이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춘궁기’돌파를 위한 프롭테크의 아이디어도 백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첫째, 부동산업 내의 수익력 제고를 통한 손익분기점(BEP) 확보다. 예컨대 질로우의 경우 기존 수익모델인 데이터와 가치평가 서비스 제공에서 나아가 매물탐색, 대출 중개, 임대와 매매계약 등 부동산의 전 과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국내는 어떤가. 국내 프롭테크 수익모델은 특히 주택 중개 및 임대플랫폼에 편중돼 있다. 전통산업과 갈등이 많아 수익력이 취약한 게 단점이다. 따라서 패스트파이브, 알스퀘어 같은 1세대 프롭테크 중심으로 인테리어나 주택 외 오피스 플랫폼 진출 등으로 매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 다른 디지털 플랫폼산업과의 융합모델이다. 대표적으로 프롭테크와 핀테크 융합으로 금융과 부동산 경계를 허무는 ‘프롭핀테크’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양 분야 융합으로 새로운 융합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조사업체 ‘리포트 링커’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프롭테크는 800억 달러(105조 원), 핀테크는 3253억 달러(432조 원)의 대규모 시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만큼 융합 수익모델인 프롭핀테크 시너지효과도 엄청날 거란 얘기다. 해외의 경우 ‘하비토(Habito)’, ‘우노(Uno)’, ‘질로우(Zillow) 등이 대출 중개 등 핀테크 분야로 진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프롭테크업체 ‘오아시스비즈니스’가 KB증권과 제휴로 토큰증권(STO)으로의 사업확장을 계획한다든지, ‘베스트핀’이 온라인 담보대출 비교 플랫폼에다 부동산 매물 검색과 맞춤형 부동산 추천기능도 추가,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셋째, 특히 콘테크를 통한 전통적인 건설업과의 협력 및 제휴는 기존산업이 보수적이고 영세사업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과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란 평가다. 콘테크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을 합친 말로, 건설업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서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프롭테크시장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섹터이며, 에큅먼트쉐어(EquipmentShare), 프로코어(Procore)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1% 내외지만, 건설현장의 공정시간 단축을 타깃으로 하는 스패터 등이 벤처캐피탈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무튼 모든 벤처산업이 그러하듯, 프롭테크산업도 금리상승과 유동성 수축기에는 기업가치 하락과 자금확보난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춘궁기엔 프롭테크업체도 자구책 마련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수익창출과 신기술 개발 이외에 투자가격을 과감히 낮춰서라도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든지, 향후 회복국면 때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핵심인력을 확보, 유지하는 전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