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슈퍼 엘니뇨’가 닥쳐와 전세계에 온갖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각계에서 나온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즉, 남아메리카 페루와 에콰도르 서쪽 바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따뜻한 현상이다.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나아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이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어획량이 줄어 어업이 불가능한데, 아기 예수가 뜻하지 않은 ‘휴가’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 이런 이름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반대로 해당 수역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도 있다.
엘니뇨는 무역풍과 직결된다. 보통의 경우 태평양 동쪽의 따뜻한 물이 무역풍에 밀려 서쪽으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흐른다. 동쪽에는 반대로 차가운 물이 들어찬다. 그런데 엘니뇨 현상 시에는 이런 물의 이동이 잦아든다.
이는 강수량 변화로 이어진다. 높은 해수 온도는 바닷물 증발을 부르기 때문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따뜻한 물이 고이면 태평양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습해지고, 비가 많아진다. 적도 부근 서쪽에는 따뜻한 물이 미치지 못해 반대 상황을 겪는다.
이런 엘니뇨는 순환의 한 과정이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마치 진자 운동을 하듯이 교차 반복된다. 지구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는 변화의 일환이다.
문제는 그 변화 폭이 갈 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엘니뇨 자체는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기 전부터 발생했지만, 근래 이상기후로 그 변화 폭이 훌쩍 커졌다.
커진 변화는 파괴를 낳는다. 태평양 서쪽에는 대규모 산불이, 반대로 동쪽에는 파괴를 동반한 태풍과 허리케인 등이 빈발한다.
이런 엘니뇨가 올해에는 더욱 극심할 것이라는 게 전세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엘니뇨는 기존 엘니뇨 대비 해수면 온도가 더욱 높은 경우를 뜻한다.
호주 기상청도 슈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호주 국내에 이전보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산불 발생 위험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지역인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도 올해 하반기 극심한 기후변화를 우려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엘니뇨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엘니뇨 영향은 적도 부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고위도 지방에서 부는 편서풍대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달 강릉 낮 최고기온이 35.5℃에 육박하는 등 불볕더위를 경험했다. 이 더위는 엘니뇨와는 상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기후에 대한 공포를 안겨줬다. 향후 여름에 엘니뇨 영향으로 어떤 식으로든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딱 떨어지게 말할 수 없지만 통상 우리나라는 엘니뇨 발생 시 저기압성 순환으로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여름 폭우 발생 우려가 크다.
반면에 이번이 슈퍼 엘니뇨일 경우, 한반도의 기후 양상이 기존 엘니뇨 때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강수량은 이전보다 적고,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태풍의 경우 엘니뇨 시기에 발생 수는 줄지만, 예년보다 강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향후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해를 거듭할 수록 기후가 매섭고 예측이 어렵다. 엘니뇨, 혹은 슈퍼 엘니뇨로 닥쳐올 다양한 상황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