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 공개발언에서 ‘수박’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일부 정치인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새롭게 구성될 혁신위원회(혁신위)에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동료들을 수박이라고 멸칭하는 사람들은 혁신기구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국민의 관심사가 아닌 대의원제 폐지는 혁신기구의 주요 의제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양 위원장은 대학생위원회 및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으로 비판을 받은 김남국 의원을 지적하며 당 쇄신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을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고 일각에서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박이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현재 당내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반명(반 이재명)계 정치인들에게 쓰는 멸칭이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무차별적 비난을 받았다. 대학생위원회가 외친 목소리는 내부 총질로 폄하됐다”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고 동료를 수박이라고 멸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내 일부 정치인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 위원장은 “현재의 민주당 안에서는 올바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관용의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라며 “특정 정치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지 못하면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혁신위원회의 주요 의제가 이른바 대의원제 폐지 등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혁신위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 등으로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양 위원장은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처럼 외치지만 총선을 치르기 전 당권 싸움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구성될 혁신 기구의 중요 의무는 당내 민주주의”라며 “특정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부족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기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 위원장은 “오늘 발언 이후 또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상털이와 가족 욕설, 성희롱 등을 넘어 더 큰 시련이 올 수도 있어 위축된다. 많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를 낼 용기가 없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에 기대를 접은 청년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 않다”면서 “특정 목소리에 휘둘리는 정당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새롭게 구성될 혁신기구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확대간부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양 위원장 말씀 중에 당내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정당은 다양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표명하고 또 그에 대해서 반론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자폭탄이나 폭언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기구가 있다”면서 “과도한 표현 등에 대한 문제는 당에 신고하면 그에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다. 이미 제명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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