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업계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들은 40% 넘는 취소율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범 초기 혼란이 줄어들면 곧 ‘안정화’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각의 시각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하는 업계 모임이 구성되는 등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오는 14일 협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운영위 산하에 ‘비대면 진료 TF’를 발족시킨다. 디산협 비대면 진료 TF는 현재 비대면진료 사업을 영위하거나 관련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원사 10여곳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TF장은 협회 이사사인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가 맡는다. 블루앤트는 비대면 진료 앱인 올라케어를 운영 중이다.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는 “정부와 의약계, 산업계, 환자·소비자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입법화까지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데 시범사업의 의의가 크다”면서 “비대면 진료 TF로 시범사업 목적과 취지가 달성되도록 협회 내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참여와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디산협은 비대면 진료 관련 비즈니스모델(BM)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 시범사업 수준에서도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 많아 정부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때문에 원격의료산업협회(이하 원산협)와는 목소리를 달리 가져갈 예정이다.
배민철 디산협 사무국장은 “초진까지 다 풀어야 하고, 플랫폼 업계가 모두 고사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비대면 진료 업계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다”면서 “우리는 비대면 진료 TF가 대정부협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원산협은 ‘초·재진 환자 확인’을 두고 의료계 현장의 혼란이 시범사업 이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비대면 진료 취소율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원산협 회장사인 닥터나우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달 1일부터 일주일간(1~7일) 하루 평균 진료건수는 4700건인데 의사측 진료 취소율이 5월 평균 17%에서 6월 40%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의사측 취소 사유 대부분이 ‘시범사업 대상 확인 불가능’이다. 시범사업의 불분명한 대상 지정 및 신분 확인 등에 대한 업무 과중으로 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닥터나우는 “재진 여부와 예외적 초진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시작하더라도 해당 대상이 아닌 경우 진료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로 인한 불편은 오롯이 환자와 의료진이 부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장 혼란이 계속되자 복지부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측의 의견을 적극 알리며 급한불 끄기에 나섰다.
복지부는 최근 올라케어의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맞춰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취소·거부율이 20% 중반대로 감소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유했다. 정부 부처가 사기업 보도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올라케어는 보도자료에서 “시범사업 첫날 한때 비대면 진료 취소·거부율이 42.6%에 이르렀으나, 첫 주 주말 20% 중반대까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차주 내에 평상시 수준인 15% 내외로 비대면 진료 취소·거부 비율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한 기업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할 지 몰랐다”면서 “전체 진료건수를 밝혀야 취소율이 정확한지 알 수 있고, 시범사업 안대로 진료요청을 받으면 당연히 진료 취소건수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