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ON’ 시즌2] 교육·노동개혁 〈2〉이주호 부총리에게 듣는다

교육은 한국이 당면한 인구 절벽, 지방 소멸, 디지털 전환 문제의 시작이자 해결의 실마리로 꼽힌다. 교육의 혁신 동력이 떨어지자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재 확보가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현재 상황을 교육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등 3대 정책을 발표했다.

교육개혁은 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8일에는 세계 최초 AI 디지털교과서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을 공개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지방 소멸 위기와 디지털 충격을 극복할 교육 개혁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의 힘 믿는 한국, 혁신 재도약 교육이 근본적 솔루션 제공”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교육 개혁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교육 개혁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대전환의 시대를 맞는 교육의 역할은.

▲한국은 교육 강국이었고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발전시켰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 혁신이 무뎌지면서 교육의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제는 교육의 힘으로 재도약할 때가 됐다.

특히 교육부는 신기술이나 사회 대전환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부서라고 생각한다. 융합이나 혁신을 가로막는 벽은 어느 분야에나 있는데 교육은 그게 특히 높아 이를 허물면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만 해도 전국 단위로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아직 없다. 최근 교육의 신기술 도입 이니셔티브를 앞서가는 것이다.

또한 교육은 지역 문제, 디지털 충격을 해소할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지방 소멸, 인구 절벽 해결의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교육혁신을 포함한 교육개혁은 대국민 소통이 중요하다. 교육 수요자의 요구사항이 있고 정책적인 방향도 있는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글로벌 활동을 많이 했는데 한국은 디지털 충격에 대한 소통을 다른 나라보다 쉽게 수용하고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나라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사례만 봐도 다른 나라는 국가적으로 한다는 논의가 쉽지 않다. 가장 큰 근저에는 한국은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혜택을 본 나라다. 반대로 우리가 앞서가면서 뺏긴 나라들은 신기술이 두려움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신기술 도입이 살 길이고 미래라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동시에 교육의 힘을 믿는 나라기도 하다. 과거에는 교육의 힘이 선진국을 따라가는 힘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나라보다 앞선 시스템을 도입하는 힘이 된다.

“중앙집권적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글로컬대학, 바텀업 방식 통했다”

-지역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는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어떤 대응 방안이 있을까.

▲지역은 대학 입시에서 수도권에 한 차례 인재를 뺏기고, 편입해서 가고 취업한다고 가기 때문에 20~30대 젊은 인력이 다 서울에 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교육부가 중앙집권적으로 정책을 하다보니 지역의 상황을 몰라 수도권에 몰리는 수밖에 없었다. 또 재정 지원은 많이 했는데 중앙 부서가 ‘우리말 들으면 돈 준다’는 식이 되니까 중앙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쓰게 된다. 교육정책, 대학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점점 커지겠다고 인식했다.

장관 임명되기 전에도 지역의 리더들과 얘기하면서 심각성을 논의했고, 임명 되자마자 지역대학 재정지원 사업 절반을 이양하고 글로컬대학, 라이즈(RISE)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글로컬대학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상당하다. 지역대학 혁신 모범사례는 어떤 게 나올 수 있을까.

▲글로컬대학은 교육부가 일부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획일화되기 때문이다. 거꾸로 바텀업으로 제안하면 교육부가 수용하겠다고 했다. 규제 개혁이 필요한 부분도 같이 적어달라고 했고 교육부가 숙제를 해나갈 것이다. 예비선정과 본선정 사이 기간을 둔 것도 교육부가 규제개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대학 혁신은 내부의 벽, 규제의 벽, 대학과 지역 간의 벽 등을 모두 허물면 융합과 파트너십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신청에 통합한다는 팀이 13건, 27개교가 들어왔다. 정부가 톱다운으로 통합하라고 했으면 절대 안됐을텐데 스스로 통합 파트너를 찾아낸 것이다. 바텀업의 힘이 있는 것이고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퇴출될 대학, 블랙홀처럼 재원 빨아들여…대학구조개선법 통과돼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한편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퇴출 위기에 있는 대학들이 퇴출되지 못하는 원인이 있을 것이고 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본다. 교육부의 계획은.

▲지역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퇴출될 대학들이 퇴출되지 않고 지역에 있으면 블랙홀처럼 재원을 빨아들여 혁신 동력을 잃어버린다.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이 논란이 많이 됐지만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6월 통과를 희망한다.

재단을 청산하고 난 뒤 남는 금액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복지법인, 공익법인이 될 수도 있고 청산 후 남는 금액의 30%를 해산장려금으로 준다던가 하는 아이디어들이 법안에 담겨 논의 중에 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이 합의돼서 통과됐으면 좋겠다.

-해산장려금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도 있는 것 같은데.

▲해산장려금은 초중등에서 한시적으로 있었다. 그때는 국고귀속분 잔여자산의 30%를 돌려줬다.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해산장려금은 청산 후 남는 금액이 분모라 더 적다. 구체적으로는 30% 이내라고 돼 있기 때문에 얼마를 줄것인지는 법안 통과 후 설치될 구조개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비리가 심각했다면 안 줄수도 있다.

결국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지역사회와 학생들에게 돌아갈거라 이렇게 해서라도 지역을 회생하고 교육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돌봄 대책은 인구절벽 대응을 위한 주요 과제로 보인다.

▲지금이 학교에서의 돌봄을 확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영유아기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벽을 허무는 것이고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에서의 교육과 돌봄을 허무는 게 돌봄이다. 학부모님들은 학교에서 돌봐주길 원하고 공간도 비어 있고 예산도 많다. 교육 예산을 돌봄에 쓰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늘어나는데 아이들은 줄어든다. 이를 어떻게 하느냐의 논쟁에서 돌봄 기능 확충에 쓰이는 게 가장 무난하다. 교육계도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다.

교사들도 본인들의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 돌봄을 전담하는 방식이 있다. 또 학교 돌봄에 대해 학교에 ‘수용’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스포츠, 예술, 디지털 수업을 해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경제학자 출신 교육 정책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 교수, 교육개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집권 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10년 만에 ‘장관 시즌2’를 시작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후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이라는 비전 아래 교육개혁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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