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프리고진 “러, 국방부와 계약 안 한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 연합뉴스=로이터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 연합뉴스=로이터

최전방에서 앞장선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 용병들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바그너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그너의 창립자인 프리고진은 과거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해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격전지에서 일부 성과를 내 권력 실세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프리고진은 자사 용병들의 치열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탄약 등 물자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며 자국 정부를 비판해왔다.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향해서는 ‘인간 말종’, ‘지옥에서 불탈 것’ 같은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러시아 정규군과 끊임없는 갈등으로 프리고진은 점차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하고 이를 람잔 카디로프가 이끄는 체첸 군부대가 넘겨받았다.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러시아 정규군에서도 바그너에 대해 폭로했다. 러시아 제72 기동소총여단 전직 사령관이라고 밝힌 로만 베네비틴은 바그너가 러시아 정규군을 조직적으로 납치하고, 고문과 성폭력도 자행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와의 계약 가능성을 일축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규군과의 갈등 관계가 이미 개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비정규군 조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프리고진이 격하게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전에 참여한 비정규군에 이달 말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이 시작됐음을 공식화했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이 대반격 작전 시작을 인정한 지 하루만에 우크라이나는 동부 격전지 중 한 곳인 도네츠크주에서 마을 3곳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마블라고다트네, 네스쿠흐네, 마카리우카 마을이다.

우크라이나측이 대반격 성과를 자랑하고 나서자 러시아군은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며 우크라이나 작전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