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약하는 산업단지] 〈상〉‘디지털전환’에 미래 있다

#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60여년간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책임진 텃밭이다. 하지만 ‘환갑’을 즈음해 산업·기반 시설 노후화, 인력이탈 등이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급격한 공급망 재편, 경제침체 장기화 등에 따라 산단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가산단을 혁신적이며 역동적인 새로운 산업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토대로 스스로 변화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단 입주기업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최우선 국정과제인 ‘수출 플러스’에 일조하는 역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이다.

인천 남동국가산단 전경
인천 남동국가산단 전경

전자신문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단 혁신 종합대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총 3회에 걸쳐 산단의 현재를 조망한다. 산단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입주기업들의 자구 노력으로 점차 변화의 싹을 틔우고 있다.

◇DX, 산단을 지킨다

인천 최대 산단인 ‘남동국가산단’은 몇 해 전부터 중소기업 중심 제조업을 혁신하는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를 중심으로 첨단 기술을 잇달아 산단에 접목해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산단 내에서 위험물과 환경오염, 교통 문제 등을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통합 관리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특히 산단 전역에서 수집한 영상을 지능형 영상 기술로 분석하는 게 대표적 활동이다. 화재 의심 연기나 불꽃 등을 사전에 감지해 대형 화재를 방지하는 게 핵심이다. 119 종합상황실에 접수된 화재 지점 방향으로 촬영한 CCTV 차량형 유선 드론 영상을 소방서에 제공해 구조활동을 지원한다.

산단공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분석한 이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에 신속히 누전 발생 등을 알려 화재를 막는다”면서 “과거 매년 1회 이상 화재가 발생했던 화재경계지구에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화재 발생 0건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외에도 △재난지역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다목적 스마트 드론’ △소방 재난구조 활동을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 산단’ △대중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 교통 서비스’ △산단 안전 강화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및 알고리즘 개발’ △산단 전역 감시를 위한 ‘통합관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남동공단은 입주기업 중 자금 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이 많아 특히 안전 분야 등에 취약하다”면서 “센터가 구축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입주기업을 계속 지원하는 한편 현장 반응 등을 종합해 관계기관들과 지속 (관련 기능들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남동국가산단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인천 남동국가산단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디지털, 기업을 바꾸다

창원국가산단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베어링 생산 전문업체 한국NSK는 ‘혁신데이터센터 구축사업’를 발판으로 수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공장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한 덕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한 혁신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은 창원국가산단에 입주한 스마트공장 보급 기업과 스마트 미니클러스터(MC) 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비, 지방비, 민간부담금 총 121억1000만원이 투입됐다.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공정모니터링, 집중 원격감시 제어시스템(SCADA) 등 제조혁신 서비스를 공급했다.

특히 한국NSK는 본 사업을 통해 △베어링 조립 매칭률 최적화 △외륜 가공 분포 조절 △연삭 공정 가공 불량 감지 등을 수행하여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가공 상황 모니터링과 불량감지 솔루션 적용 후 폐기율은 기존 대비 48.7% 급감했다. 설비 문제가 개선되면서 생산성은 약 40% 향상됐다.

서동명 한국NSK 창원공장 안전기획팀 부장은 “사업 참여 초기에는 직원들이 데이터 관련 교육 등을 귀찮아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사업 참여결과에 대해)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제조데이톨로지 콘퍼런스 포스터
2022년 제조데이톨로지 콘퍼런스 포스터

혁신데이터센터 구축사업에서는 제조데이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문가 네트워킹,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했다. 제조데이터 관련 교육과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혁신지원공간’(MDCG)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한국NSK를 포함한 44개 기업과 스마트MC 28개사가 제조데이터 도입에 참여했다. 데이터 활용 전문 인력 125명을 양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혁신데이터센터와 제조데이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총 3회 개최한 C제조 데이톨로지(데이터+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는 1200명 이상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뤘다.

창원국가산단에 입주한 한 기업 관계자는 “사람으로 하는 사업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디지털전환(DX)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동기획 전자신문·한국산업단지공단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