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두 의원의 체포동의가 무산됨에 따라 민주당은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는 해석이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각각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두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을 수 있게 됐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당내에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둘은 해당 의혹이 나온 뒤 진실을 밝히고 돌아오겠다며 탈당했다. 여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고 민주당은 당론 대신 ‘자율 투표’를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석이 많은데다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토 정서 탓에 부결이 유력했다.
한 장관은 표결 직전 진행한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에서 “윤 의원은 보좌관 박용수 씨가 김 모 씨로부터 받아온 불법 자금 등을 자금원으로 해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제공받고 돈봉투 20개를 직접 의원들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의원은 송영길 당대표 당선을 위한 지지 대가로 더불어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 대하여 살포할 자금 명목으로 강래구·이정근에게 1,000만 원을 주고 윤 의원으로부터 민주당 대의원 및 권리당원 등을 상대로 송영길 당대표 당선을 위한 지지와 선거운동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범행 과정에서의 여러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다수의 통화녹음 파일이 있다.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까지 역임했던 강래구 씨도 처음에는 극구 부인했지만 현재 돈봉투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윤 의원과 이 의원은 검찰의 증거가 빈약하다는 논리를 폈다. 윤 의원은 “(검찰은) 돈봉투를 받았다는 국회의원 20명의 명단이 없다. 언론의 지적 이후에서야 출입기록과 동선을 뒤진다면서 국회를 압수수색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도 “검찰은 전당대회에서 매표를 위해 조직적으로 돈을 뿌렸다는 확증편향을 바탕으로 수많은 녹취 중 일부로 혐의를 구성한 뒤 부족한 부분은 진술로 채웠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언론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필요하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 구속 사유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주당이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방탄’ 논란에서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부결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로써 윤석열 정부 들어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민주당 의원 4명 모두가 살아남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역시나 두 의원은 몸만 떠났을 뿐 민주당과 여전히 함께인 ‘위장탈당‘이었다. 오늘 민주당은 돈 봉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두 의원에게 결국 갑옷과도 같은 방탄조끼를 입혀주며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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