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들썩였던 2분기 에너지 요금조정은 전기요금 ㎾h당 8원, 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으로 정해졌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에너지 요금 정상화는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왔지만 쉽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 요금에 개입해 공급비용 이외에 요금조정에 따른 물가영향과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구조에 있다. 공기업은 에너지 요금조정에 대한 요인이 발생해도 에너지를 비싸게 사와서 손해를 보면서 싸게 팔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요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정상화하자는 얘기는 귀가 아플 정도로 언급되고 있으나 실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도하게 규제된 에너지 요금이 에너지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작동하게 할 리 없고, 낮은 요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과 시장은 에너지 요금의 비정상적 결정으로 인해 희생을 요구받고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은 에너지 요금을 지불하면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에 대해 익숙해있고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값싼 요금때문에 공급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면 공급체계는 정상적일 수 없다. 에너지 공급을 위한 설비투자, 관리 및 유지보수 등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회사채발행으로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경제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과거처럼 에너지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치 않다. 대부분 에너지 연료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낮은 요금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럽발 에너지 위기로 연료가격 변동성이 심화돼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연료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에너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만 가능한 데, 왜곡된 가격에서 비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직면하고 있다. 외부적 충격이 크지 않을 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대외적 에너지 공급위기가 닥치면 언제라도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의 에너지 공급시스템과 시장구조는 시장참여자간 경쟁과 자율적 책임에 바탕을 두고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독점체제에서 정책적 개입에 의한 규제로 움직이다 보니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왜곡문제 외에도 사업자간 수익배분, 수익저하에 대한 책임전가 등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가격기능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항을 가격통제와 같이 인위적으로 결정하면서 공급자나 수요자의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또한 과거처럼 에너지 공기업만 활동하던 시장도 아니다. 민간의 비중이 증가하고,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자의 활동 증가와 새로운 서비스 사업모델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규제로 통제하던 시스템은 효용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제 에너지 공급자든 수요자든 시장의 가격기반 하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으로 수익과 손실을 책임지며 행동하도록 유인하는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형 에너지 공기업 중심의 독점체제에서 규제일변도로 운영되는 시장체제는 급속한 에너지 여건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어렵고, 정책당국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따라서 에너지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의 가격기능에 맡기고, 규제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기반을 구축하는 데 적절하게 활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요금도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공급비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 규제기관에서 담당,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 yslee@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