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근 반도체학회장 “용인시,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미래도시 앞장”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등 L자형 반도체 벨트 조성
시, 반도체 부서 신설 등 조직개편…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구성
우수대학 유치해 R&D 인력 확충…“자율고 신설 필수”

“늘어나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반도체가 꼭 필요합니다. 이에 팹(Fab)이 더 필요하고, 그 확장의 중심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오는 용인이 될 것입니다.”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디지털 시대, 데이터 중심 사회로 심화하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팹을 지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심은 용인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화성이나 평택에 더 이상 팹 확장이 어렵지만, 용인은 급부상하고 있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 2030년 매출이 2021년 대비 1.8배 증가한다고 하면 360조원의 연 매출이 나온다. 증가분은 모두 용인에서 나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용인시는 SK하이닉스의 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이어 국가산업단지인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 유치에 성공했다. 또 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원 경기용인플랫폼시티를 비롯,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 지곡일반산단, 기흥미래도시첨단산단, 통삼일반산단, 이동읍 덕성리 일대 제2용인테크노밸리 일반산단, 원삼반도체협력단지 등이 자리 잡고 있거나, 들어설 예정이다.박 회장을 통해 용인시가 추진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EU에서 반도체 팹을 설립한다고 한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영향은 없나.

▲세계적으로 큰 산업적 변화는 ‘탄소중립’이다. EU의 첨단주력산업은 자동차 제조다. EU에서는 2032년이 되면 신규 자동차 50%는 전부 친환경 자동차를 써야 한다. 소위 말하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어마어마한 양의 반도체가 필요한데, 삼성과 대만 TSMC에 대한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원활한 반도체를 수급하기 위해 팹을 설립하려는 거다. 최근 몇 년간 대만 TSMC가 생산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생산을 줄여 전 세계자동차 생산량이 10~15%가량 줄었다. 자동차 제조 회사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나라 주력산업 경쟁력이 없어진다. EU가 반도체 법을 만들었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높이고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인텔’이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개발하기로 하고 독일 드레스덴에 투자를 결정했다. MCU는 세계적으로 삼성과 TSMC만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인텔이 TSMC에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일본도 자동차가 주력이다. 차량용 AP가 필요하다. 경제지원법 통과시켜서 45%의 캐시백을 하면서까지 대만 TSMC를 유치했다. 미국 역시 첨단 주력산업은 자동차다. 그래서 삼성과 TSMC에 미국 본토에 공장 지으라는 거다. 우리나라는 용인에 지원하면 된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다 용인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국가산업단지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와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차이는.

▲국가산단은 정부가 토지 수용을 해준다. 큰 장점이다.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변전소·용수·보상 문제 등 전부 풀어야 했다. 이동·남사 국가산단은 국가가 날짜를 정해놨다. 2026년부터 공장을 지을 수 있다. 대만이 그렇다. 대만은 규모는 작지만 이런 정책이 잘 돼 있다. 국가산단을 먼저 개발하고, 기업이 필요하면 그때 분양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그 개념을 강조하며 대통령실을 설득했다. 정부, 대통령, 용인시장이 잘한 것으로, 반도체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거다.

-용인시가 L자형 반도체벨트 구축에 나선다. 전문가로서 의견을 보탠다면.

▲용인시가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L자형 반도체 벨트 안에 우수대학을 유치하고, R&D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면서 반도체지원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만들었다. 반도체법(CHIPS Act)에 과학법(Science Act)을 붙인 이유는 인력이 없으면 반도체 산업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R&D 인력과 엔지니어링 인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NSTC(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라는 민관 컨소시엄을 5개 지역에 설치·운영한다. 모두 명문대학과 연합돼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 대학과 버클리 대학, 텍사스에는 오스틴 대학이 있다. TSMC가 지난해 애리조나주 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애리조나 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이라는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대학이 있어서 R&D 인력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520억 달러(66조2012억원) 규모의 투자금 중 110억 달러(14조63억원)가 NSTC를 통한 인력양성에 쓰인다.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들이 수준 높은 인프라를 갖춘 정주시설에서 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속성 담보를 위해 실질적인 교육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용인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과 남사읍과 원삼면에도 자율고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이 충남 아산에 충남삼성고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용인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부지 전경.
용인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부지 전경.

-용인시가 조직개편을 통해 반도체 부서 신설과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는 직원이 12명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반도체 정책을 기획하고 결정한다. 용인시는 반도체 관련 4개 과, 5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인·허가 행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받을 것이다. 삼성전자 300조원 투자 의미를 쉽게 얘기하면 용인이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D램의 70%, 낸드플레시메모리의 55% 이상을 생산하는 지역이 된다는 뜻이다. 삼성을 비롯해 지역 내 반도체 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신성장전략국이 생긴 것은 올바른 판단이고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국가가 산단을 만들겠지만,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 향후 지원하는 것은 용인시라는 것을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

-용인시가 세계 반도체산업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면.

▲용인시는 기업 유치를 많이 해야 한다. 국가산단 지정은 용인시의 기대 이상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잘 받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을 빨리 유치할 것인지, 기업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홍보해야 한다. 기업들은 3~4년 뒤, 장기 계획을 갖고 투자한다. 기업은 향후 용인시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림을 명확히 설명해주길 원한다. 그래야 기업도 계획에 의해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삼성이 2040년까지 용인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용인시는 2040년까지 어떤 계획에 따라 성장할지 보여줘야 한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