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혁신 나침반] 〈1〉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혁신 전략

박환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박환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5월 초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8차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포럼(STI Forum for SDGs)’이 열렸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포럼에서는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사회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개발·활용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어떤 혁신이 필요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는지, 세계 정부·기업·시민사회·연구계 등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오고 있다.

유엔이 2015년 발표한 지속가능발전 목표는 2030년까지 경제, 사회, 환경 등 분야에서 글로벌 사회가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방안과 구체적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과학기술혁신이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수단임을 인식하고 매년 포럼을 열어 과학기술혁신의 발전과 활용,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 디지털기술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역할과 위험요인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기상이변, 자원고갈, 생물다양성 감소, 신종 전염병 발생 등 글로벌 도전과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은 도전과제의 발생원인과 파급경로를 밝히고,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과학기술 성과를 창출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서 국가간 협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AI, 양자기술 등 첨단기술 또는 전략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제품을 생산하거나 공급망에 포함되기 위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학기술혁신에 관한 글로벌 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다소 느슨해졌다. 오히려 협력보다 경쟁이 우선시되면서 과학기술혁신에 기반한 경제발전과 국가안보 확보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어젠다가 됐다.

과연 과학기술혁신의 협력이 위축되고 경쟁이 중심이 되는 글로벌 사회는 지속가능할 것인가.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창출하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효과도 불확실해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류가 풀어야할 도전과제들은 과거에 비해 더 복잡하고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즉, 한 국가의 노력과 투자만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전략기술에 대한 경쟁이 격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국가들의 공동연구와 협력이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이슈와 리스크의 국내 경제, 산업, 외교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영향이 커지므로 이를 중요한 외부요인으로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할 세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이 처한 입장을 지정학적 관점, 기술혁신 관점에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해해야 한다. 둘째, 한국과 상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주고받는 국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과 전략을 분석하고 상호 정책 연관관계를 파악해야한다. 셋째, 한국의 상대적 이익 확보를 위한 수단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다자플랫폼을 활용한 과학기술혁신 다자외교 수행, 양자 간 상호필요에 기반한 협력 수행, 한국 과학기술혁신 정책 및 발전목표와 연계한 전략적 ODA 수행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과학기술혁신에 기반한 글로벌 사회의 협력과 경쟁 사이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이 주도해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사회의 과학기술혁신 어젠다를 발굴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을 제안한다.

박환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hipark@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