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에 이어 외산 노트북 업체도 정부 온북 사업에 뛰어든다. 5년간 최대 60만대에 이르는 공공 최대 물량을 기대하는 만큼 노트북 업계 수주 경쟁도 본격화된다. 내달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획재정부 시범사업이 국산과 외산 업체 간 첫 경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이수스코리아와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는 첫 온북 전용 노트북을 조달 등록했다. 중소기업으로는 삼보컴퓨터도 관련 품목을 등록하며 기존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총 5개 업체가 온북 사업 참전을 예고했다.
온북 사업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목표로 기존 공공기관 업무용 PC를 개방형 운용체계(OS)인 ‘구름OS’를 탑재한 온북 노트북으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다. 전체 공공기관이 5년 동안 60만대 이상 노트북을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노트북 시장 수요 둔화 국면 속에서 공공 분야 최대어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 온북 실증사업에 참가, 구름OS를 지원하는 전용 노트북 성능을 테스트했다. 발 빠른 움직임 덕에 지난해 상반기 나온 국방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온북 시범사업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수주했다. 실증사업으로 성능 검증은 물론 조달 등록까지 일찌감치 마무리한 게 주효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에이수스와 델 테크놀로지스도 최근 협력사를 통해 각각 1종씩 온북 전용 노트북을 조달 등록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기관별 온북 시범사업을 노린 것이다.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기 위해 조달 등록 품목을 단계적으로 늘릴 가능성도 높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1분기 경상남도교육청과 역대 최대인 28만대 단말기 보급 계약을 체결, 단숨에 국내 커머셜(기업용) 노트북 시장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공급량이 급감하며 올해 1분기에는 시장 6위까지 내려앉아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코로나 특수를 타고 야심 차게 2023년까지 외산 브랜드 1위 달성을 선언했지만, 현재 5~6위에 계속 머물러 있다. 공공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 모니터, 워크스테이션 영업력을 활용, 노트북까지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보컴퓨터도 8종이나 되는 온북 전용 제품을 조달 등록하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기존 삼성-LG ‘2파전’을 깨뜨리고 5개 업체가 맞붙는 첫 무대는 내달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재부 온북 시범사업이 될 전망이다. 행안부, 국방부, 국토부와 함께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접전이 예상된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구름OS와 노트북 100대를 시범 도입·운영한다.
공공 노트북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평가 속에 외산 기업의 반격이 주목된다. 공격적인 가격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민간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 가격에 일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트북을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HP, 한국레노버 등 추가적인 외산 기업 참여와 공공PC 강자인 삼보컴퓨터의 참전 전략도 삼성-LG 양강 체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3종의 온북 전용 노트북이 조달 등록됐으며, 각 기관도 이 정보를 전달받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대규모 부처 시범사업을 우선 수주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