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핵심은 스벅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대답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같은 날 존윅4 공개를 예고한 쿠팡 와우멤버십에 화제성에서 앞섰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항일 G마켓 대표는 통합 멤버십 핵심 경쟁력에 대해 ‘할인’이라고 설명했다. 배송의 쿠팡, 적립의 네이버라면 신세계는 다양한 계열사 혜택을 제공하는 할인의 신세계로 차별화 하겠다는 의도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지난 8일 공개된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 멤버십이다. 출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조해온 ‘신세계유니버스’ 구심점이자 유통 대기업으로 커버린 쿠팡에 맞설 반격 카드다. 한 달 전부터 멤버십 이름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진행하는 등 준비 작업부터 남달랐다.
멤버십 혜택은 가입비 부담을 지운 캐시백과 온·오프 6개 계열사 5% 할인으로 요약된다. 가입 즉시 3만원 상당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 SSG닷컴·G마켓 ‘스마일클럽’과 동일하다. 스마일클럽은 3만5000포인트를 지급했으니 오히려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계열사 공통으로 제공하는 한 자릿수 할인율은 1+1, 반값 할인에 익숙한 소비자를 잡기에 부족해 보인다. 결국 남는 것은 월 최대 5회 가능한 스타벅스 추가 별 적립이다. 소비자가 원했던 ‘한 방’은 없었다.
공개 당일 열린 간담회는 신세계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 펼쳐나갈 신세계유니버스 비전을 소개하며 부족한 멤버십 혜택을 가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행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공동 대표는 “내부에서는 우리 멤버십을 잘 쓰면 연봉이 5%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계열사 혜택을 꼼꼼하게 챙기면 가입비 3만원으로 연간 200만원 이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자 입장에서 연간 200만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연봉 전체를 신세계유니버스에 소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비자가 신세계유니버스에 원하는 것은 실생활에 밀접한 혜택이다. 쿠팡, 네이버, 아마존이 멤버십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기반 혜택을 끼워 넣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쿠팡 와우멤버십 가입 시 무료로 제공하는 쿠팡플레이는 국내 OTT 사용자 수 2위다. 콘텐츠 후발 주자임에도 멤버십 ‘록인 효과’를 통해 1위 넷플릭스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 또한 고객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혜택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신세계유니버스클럽 핵심은 확장성이다. 편의점 이마트24, 식품기업 신세계푸드, 복합몰 스타필드 등이 동참을 앞둔 점은 고무적이다. 대한항공, KT에 이어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도 오는 7월 멤버십 전용 혜택을 공개할 전망이다. 소비자 눈길을 돌릴 수 있는 확장된 신세계유니버스를 기대해본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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