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규제샌드박스 승인까지 받은 쓰리제이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체킷’이 ‘재진’ 원칙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쓰리제이는 비대면 성 매개 감염병(STD) 검사 ‘체킷’ 서비스를 최근 종료했다. 체킷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검사 키트로 STD 검사를 하는 ‘앳 홈 테스트(At Home Test)’로 주목받은 서비스다.
환자가 키트로 자가검사하고, 키트를 보내면 검사 결과를 받는 방식이다. 체킷은 비대면 진료로 의료진을 연결해 성병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환자가 관련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 방문해야 하는 심적 부담감을 덜어줘 주로 ‘초진’ 환자 이용률이 높았다.
쓰리제이는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현재 의료법상 STD 검사 결과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보받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체킷을 활용하면 전문의가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이메일 등으로 통보할 수 있다.
쓰리제이는 체킷을 샌드박스 사업으로 시범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재진’을 원칙으로 제시한 뒤 의료진이 이탈하며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또 샌드박스 진행 후에도 ‘의료법’에 가로막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준혁 쓰리제이 이사는 “시범사업 계도기간인 3개월 동안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의료진이 전부 이탈하면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면서 “의료진의 진료 거부로 비대면 진료가 안 되면서 서비스를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샌드박스를 무사히 마친다 해도 다시 초진이 막힌 ‘비대면 진료’와 부딪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샌드박스를 시도해보긴 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미래 가능성을 봐야 하는데 작은 기업으로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가 규제와 제도정비 지연으로 계속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국내에서 의료법 등 관련 규제로 체킷 같은 서비스가 막힌 사이 미국에선 앳 홈 테스트를 운영하는 ‘에벌리웰(Everlywell)’, ‘레츠겟체크드(Letsgetchecked)’ 같은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리더 겸 최고비전책임자(CVO)는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무사히 끝나면 주무부처가 나서서 법 개정을 해줘야 하는데, 하지 않고 연장하니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서 “임시 특례인 것이지 리스크가 해소된 게 아니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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