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과 사람이 협업…국내 첫 스마트물류인증센터 ‘파스토’ 가보니

신현철 파스토 CFO가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싣고 온 트레이에 주문 물건을 확인해 담은 후 바코드를 찍고 있다. 이 로봇은 최적화된 노선을 따라 다음 물건을 받아 검수와 포장을 위한 컨베이어까지 이동한다.
신현철 파스토 CFO가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싣고 온 트레이에 주문 물건을 확인해 담은 후 바코드를 찍고 있다. 이 로봇은 최적화된 노선을 따라 다음 물건을 받아 검수와 포장을 위한 컨베이어까지 이동한다.

#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가 머그 컵 두 개를 주문한다. 쇼핑몰의 역할은 여기서 끝. 주문을 받아 창고에 있는 상품을 찾아 포장하고 택배까지 보내는 것은 풀필먼트 회사 ‘파스토’가 한다. 세부적인 일을 하는 것은 로봇이 반, 사람이 반. 용인에 있는 파스토의 물류센터와 쇼핑몰의 API가 연동돼 주문이 나오는 즉시 시스템이 작동을 한다. 머그컵 주문을 입력받은 AMR(자동물류로봇) 해당 물품이 있는 창고 위치로 이동한다. 인근에 있던 직원이 선반 꼭대기에 있는 머그컵을 내려 바코드를 찍고 로봇의 트레이 바코드까지 찍어 실어 보내면 로봇은 센터 끝에 있는 컨베이어까지 실어 나른다. 컨베이어를 타고 온 머그컵은 마지막으로 사람이 상품 검수까지 마치고 포장해 택배로 향한다. 로봇 40대가 하루에 처리하는 제품은 1만~1만 5000개.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로봇. 사람은 주요 거점에서 해당 주문서에 맞는 상품을 로봇에 싣고 바코드를 찍거나, 검수한다.

용인시 처인구에 자리한 파스토의 풀필먼트(주문·배송) 센터 두 곳은 국내 첫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을 받은 곳이다. 2021년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 중소기업임에도 1등급을 받아 화제가 됐다.

로봇이 최적화된 동선을 따라 주문자의 상품이 적재된 창고를 찾아다니고 있는 모습
로봇이 최적화된 동선을 따라 주문자의 상품이 적재된 창고를 찾아다니고 있는 모습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풀필먼트센터는 주문자가 고객에 택배를 보내기까지 해야 할 모든 물류과정을 진행하는 곳이다. 중소기업 파스토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같은 중소규모 판매자들의 풀필먼트를 대행해주는 곳이다. 판매자가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택배사가 제품 배송을 위해 수거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심지어 반품까지 처리한다. 택배 비용 1900원에 출고패키지 요금 1650원으로 건당 3550원이면 고객에게 제품이 간다. 판매자가 직접 포장해 택배를 보내는 비용은 3840원. 창고비나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아도 풀필먼트 대행이 저렴하다.

이런 구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에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있다. 파스토는 품목이나 크기 별로 특성에 맞는 자동화를 구현 중이다. 2센터의 소형 제품은 AMR이라는 로봇이 물류의 핵심역할을 한다. 1센터에는 바구니(빈)를 수평수직으로 육면체 형태로 쌓아올려 20대의 로봇이 필요할 때 즉시 빈을 빼는 오토스토어와 고속으로 분류하는 슈어소트, 자동라벨링 장비들이 재빠르게 업무를 진행한다. 풀필먼트 기업 중 오토스토어를 구축한 곳은 파스토가 처음이다. 슈어소트는 고속으로 분류하거나 물건을 합포장하는 장비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라벨러는 시간당 1000개에 달하는 송장을 박스에 자동으로 붙여주는 장비다. 박스를 접고 포장하는 것도 자동봉합기가 대신한다. 파스토는 스마트 물류에 필요한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를 100%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창고·주문관리 시스템을 개발, 운영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전에 주문한 제품은 당일 오후까지 100% 출고한다. 24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이 가능하다.

빈을 수직 수평으로 빈틈없이 쌓아올려 놓으면 숫자가 적힌 로봇 20대가 주문에 의해 바로 빈을 찾아 빼내준다.
빈을 수직 수평으로 빈틈없이 쌓아올려 놓으면 숫자가 적힌 로봇 20대가 주문에 의해 바로 빈을 찾아 빼내준다.

이러한 풀필먼트 기업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자는 상품 기획과 고객 대응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신현철 파스토CFO는 “ 온라인 판매자의 99%가 주문확인, 출고, 배송 등으로 업무 절반을 할애한다고 한다”면서 “풀필먼트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화를 하면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 정확성을 높이고 물량 변동폭이 큰데 대응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이 오거나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온다고 해도 자동화 시스템 덕에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국토교통부는 물류센터를 초고속 화물 처리가 가능한 첨단센터로 전환하기 위해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제를 2021년부터 도입했다. 센터 건축 전 설계도 등으로 인증하는 예비인증과, 준공 이후의 본 인증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증을 받은 센터는 2~0.5%p 대출이자 지원을 받는다. 현재 33개소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매년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아 이자 혜택을 보고 있다.

강주엽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은 “그간 물류산업이 3D 업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스마트 물류를 통해 자동차나 반도체뿐 아니라 물류가 우리 미래의 먹거리고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