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물가 안정을 위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시사했다.
연준은 13, 14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00~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0차례에 걸쳐 5.0%포인트 올린 연준은 일단 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이에 한미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2년 만에 최소폭인 4.0%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과열된 고용시장이 진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도록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에 대해 “근원 물가가 크게 내려가고 노동시장이 더 진정돼야 긴축 기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두어 해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새로 공개된 점도표(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도 매파적(howkish·통화긴축 선호)으로 나타났다. 점도표 상 올해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로 3월 전망치(5.1%)를 0.5%포인트 상회했다.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으로 2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준이 이처럼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아직 근원 인플레이션에서는 물가 둔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지 않다”며 “물가안정 복원은 연준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준의 동결 결정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취약부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연내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며 국내 가계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국내 금융시장 리스크를 철저히 관라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과 추가 인상 예고로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8% 하락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8%, 나스닥 지수는 0.39% 상승 마감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 기준금리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