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한국 추상의 이정표…갤러리 엑스투 'milestone: 시대의 각인' 展

- 한국미감의 현대성을 추상으로 재해석한 전시
- 22일부터 강남 갤러리 엑스투에서 '추상의 새로운 비전' 제시

사진=갤러리 엑스투(갤러리X2)
사진=갤러리 엑스투(갤러리X2)

이건용 작가의 전시를 새롭게 재해석한 전시로 화제를 모은 갤러리 엑스투(갤러리X2)가 이번에는 국내 추상회화 대표작가 5인 국대호·김근태·박종규·장승택·천광엽의 수준 높은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milestone: 시대의 각인' 전시를 오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이들은 도도한 변혁의 시대 속에서 자기 개성과 한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정신을 동시에 좇는다.

국대호(1967) 작가는 색의 스펙트럼을 통해 '무수하고 미세한 색들의 숨결'을 절제된 미감으로 보여준다. 우연과 필연의 중용을 지키면서도 현재 너머로까지 확장하는 자세는 작가에게 색이 '현실의 또 다른 매개체'이자 교감과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근태(1953) 작가는 한국미감의 자연스러운 지점을 '기교 없는 자유분방함'에서 찾는다. 텅 빈 가운데 가득 찬 허실상생의 미감을 비움과 채움의 순환을 경계 없는 가치관 속에서 좇는다. 마치 조선시대 민초들의 분청사기를 닮은 듯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를 관통해 나아간다.

박종규(1966) 작가는 디지털 레이어를 바탕으로 한 예술실험을 통해 재현의 문제를 추상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차원 높은 작업을 선보인다. 실제 시그널 중심의 세계관을 전복해 노이즈와의 관계성을 시도한 작품들은 '예술과 과학'을 무질서와 질서를 종합하는 '매체해방'의 길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들과 더불어, 자신의 흔적을 기록매체로 옮기는 인터렉션 미디어 아트가 함께 선보인다.

장승택(1959) 작가는 '겹회화'로 알려진 작품들 속에서 '붓의 본질'을 스스로 고안한 1미터가량의 평판 붓으로 그려낸다. 색과 색이 겹쳐 올려진 세계,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실험한 반투명성의 색들은 자연의 여러 시간을 머금은 듯 '삶의 스펙트럼'이 되어 우리 앞에 자리한다.

천광엽(1958) 작가는 생명의 근원을 점에서 찾는다. 시작과 끝이 연결된 순환고리 속에서 칠하고 말리는 과정이 지속되는데, 물리적 행위와 연계된 회화의 깨달음은 명상이기보다 궁극의 작가정신과 닿아 있다. 이는 현실에 타협하기보다 '변혁의 시대'를 변주하는 예술을 끊임없이 실험하기 때문이다.

평론가 안현정은 전시 서문에서 "이들은 자신의 서사와 시대정신(Zeitgeist)을 작품 안에 일치시켜온 작가들로, 한국 동시대 추상미술을 서술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엑스투(갤러리X2)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