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하던 출판계,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영어권 선인세만 1억 돌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최근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와 1억 3000만원의 선인세를 받고 저작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지난 3월 출간돼 베스트셀러 소설 1위에 오르며 10만 부 판매를 돌파했던 윤정은 작가의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펭귄랜덤하우스는 약 100개에 이르는 방계 자회사와 브랜드를 거느린 ‘출판계의 공룡’으로, 영미권 베스트셀러를 ‘싹쓸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미권 최대 출판사가 한국 작품과 선인세 계약을 맺을 정도로 한국 문학의 위상 자체가 높아졌단 의미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펭귄랜덤하우스의 제인 로손 부사장급 에디터가 직접 나서 메일을 보내는 등, 출판사 측에서도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최근 한국의 베스트셀러 ‘달러구트의 꿈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을 대만에서 외국문학 1위로 성공시킨 유명한 종합출판사와 미화 다섯 자리 이상의 선인세로 계약하기도 했다. 이 기세를 이어 이탈리아, 폴란드, 튀르키예, 러시아, 브라질 등과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과거 한국 출판계는 해외 유명 작가 작품을 들여오기 위한 ‘선인세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매 작품마다 두 자릿수 선인세가 ‘기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티비로 드라마화 된 ‘파친코’ 역시, 국내 저작권 계약 때 최소 선인세로 약 2억 4000만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늘고 있는 한국 작가 - 해외 출판사 간의 선인세 계약은 그 반대 현상인 셈이다. ‘BTS가 읽는 책’으로도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일본에서만 2억 원의 선인세를 받았다. 기존 에세이 부문 최고가의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장편소설 중에서는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이 미국에서 1억원의 선인세를,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영국에서 약 1억 2000만원의 선인세를 받고 계약된 바 있다. 대하소설 장르에선 최고가가 더 뛴다. 이영도 작가의 2003년작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유럽 한 출판사에 3억원의 선인세를 받고 판매되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장점을 고루 취한 소위 ‘업마켓 픽션’ 작품으로서 최고 수준 선인세를 기록했다는 의의가 있다.

소수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만 주목하는 게 아니라, 한국 출판 시장 전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K-북 저작권마켓에서는 국내 60개사, 해외 18개국 50개사 등이 참여하여 총 555건의 수출 상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